/송은기 전북대학교병원 종양 · 혈액내과 교수

흔히들 암을 죽을병이라고 한다. 과연 암에 걸리면 결국은 암 때문에 죽게 될까? 최근(2018년 통계) 우리나라 사망 원인을 보면 암은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이며 갈수록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망자의 1/4이 암 때문이며 두 번째 사망원인인 뇌혈관 질환보다 2.5배 이상 높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마냥 두려워할 질병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데, 최근에는 발생률 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고 무엇보다도 생존율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암에 걸리면 결국은 죽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는 암이 진행되었을 때에는 무섭게 퍼지고 여러 장기의 기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암은 1기에서 4기까지로 구분하게 되는데, 4기 암은 완치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고 결국은 여러 장기가 기능을 상실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일반인들은 암이라고 하면 4기 암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3기 이하의 암 단계에서는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완치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앞서 4기는 이미 전이가 되었기 때문에 완치가 어렵다고 했다.  다른 장기로 퍼졌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가 불가능하고 검사에 나타나지 않은 부위로도 이미 암세포가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신치료를 통해 퍼 져 있는 암세포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치료가 유일한 방법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항암치료는 항암제 사용을 의미하는 것이고 항암제에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세포독성항암제를 포함하여 근래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표적항암제, 최근에 각광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를 포함하는 것이다. 항암제는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 이로 인한 치료 성적도 현저히 향상되고 있다.

항암제의 종류는 고전적인 세포독성항암제부터 호르몬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세포독성항암제를 가장 많이 사용해 왔는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포기 또는 후회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되어 왔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빠르게 늘어나는 세포를 모두 공격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손상을 입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도 같이 손상을 입고 결국 부작용이 많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보조치료제들이 개발되어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고, 다양한 스케줄과 병합치료법으로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다. 호르몬제와 표적치료제의 경우에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훨씬 적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호르몬제와 표적치료제가 효과가 있는 암은 제한적이고 치료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면역치료제는 가장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데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서 암세포를 억제하는 치료제로 다양한 암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 앞으로 점차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흔히들 암 4기 진단을 받으면 서울지역의 대형병원에 가서 수술이 가능한지 더 좋은 치료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게 된다. 하지만,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4기에서는 항암치료 이외의 다른 치료방법은 어디에 가도 없다. 또한, 새로운 항암제를 포함한 표준 항암치료는 전국 모든 3차 병원에서 동일하게 사 용할 수 있고 항암치료 권고안에 따라 똑같이 치료받게 된다. 더욱이 항암치료는 수술처럼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3주 간격으로 최소한 3개월 이상을 반복적으로 투여해야한다. 똑같은 치료를 수개월 동안 계속해야 한다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지역까지 힘들게 다니면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환자가 많이 몰리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진료시간이 짧은 서울 대형병원보다 의료진의 인간적인 배려, 개인 특성에 따른 치료 강도의 조절,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 등은 지방 병원이 궁극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  암에 걸리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더구나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퍼졌다고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항암치료 분야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일부 암환자는 약물치료만으로 완치가 되기도 합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 기며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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