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왼쪽)을 국가안보실장은 서훈 국정원장(가운데)을 내정했다. 신임 통일부 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오른쪽)을 내정했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와 교착상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국회의원을 전격 발탁했으며, 통일부 장관으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또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번에 물러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산파 역할을 한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게 특징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고, 서훈 안보실장 내정자도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행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사실상 ‘대북통’을 전면 배치해 북측에 강력한 대화의지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후보자는 18·19·20대 국회 정보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장관급 이상 자리에 야당 인사를 중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에 대해 “오랜 의정활동으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정치력, 소통력을 바탕으로 국가안정보장이라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와 함께 국정원 개혁을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의장을 지낸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이다. 4선 중진으로 노동, 인권, 통일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해왔다. 청와대는 “교착 상태의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 남북 화해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국정원 출신 외교안보 전문가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정우너장으로 지난 3년여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현안을 기획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서 내정자는 “우리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자문을 맡게 된 임종석, 정의용 두 외교안보특보의 역할도 주목된다. 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을 지내며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기조를 잘 파악하는 만큼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적잖은 비중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트기별대표가 오는 7일께 방한해 우리 측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외교안보라인과 호흡을 맞춰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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