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물든 체육계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철인 3종경기 국제심판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결국 폭력에 무너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선수 사건에 이어 이번엔 한국체대 남자핸드볼팀의 한 선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폭력,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춘천의 합숙소에서 후배얼굴에 뜨거운 라면 국물을 붓고 칼로 찌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폭행을 감당하지 못한 후배가 맨발로 합숙소를 도망쳐 경찰에 신고를 해 알려지게 됐다. 훈련과정에서 구타가 있었음을 모르지 않았지만 성적향상이란 이유로 인권사각지대로 방치해온 체육계의 어두운 그늘이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때는 더 맞았다는 선배들의 후배에 대한 폭력은 물론, 대회에서 성적이 곧 팀의 책임자 직을 유지하는 유일한 기준이란 점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한 혹독한 훈련에 더한 구타는 사실상 일반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미 대학생 운동선수 10명중 3명이 신체 폭력을 겪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의 발표도 있었다. 체육계에서 대물림되고 있는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체육계에서의 폭력은 사실상 일상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질적인 구타의 악습은 1등만이 대접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에 묻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우승을 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선 가혹한 훈련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묵시적으로 자행돼온 독려를 위한 폭력이 결국 선수 자살로 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과지상주의에 몰입돼 왔던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스포츠 강국 한국 이면에 자리 잡은 엘리트체육이란 이름은 일등이 아니면 모두 꼴등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해주고 있기에 그렇다. 무조건 일등에 열광하는 우리의 국민성 역시 이에 한 몫하고 있음을 우린 부인해선 안 된다.    
더욱이 구타가 성희롱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정신까지 피폐시키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이대론 안 됨’을 분명히 해주는 신호다. ‘차마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고 이런 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은 한국 체육계의 폭력대물림과 악습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폭력은 어떠한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그저 범죄일 뿐이고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만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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