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 허용진 부장

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가 전주로 옮긴 뒤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이냐는 것이다. 국제협력센터라는 기관 명칭으로 보아 분명 국가 간 업무를 하는 곳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문을 품는 것이 이해되는 것은 각 대학, 기관별로 국제협력센터란 기관 명칭을 쓰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화, 국제화로 해외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국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라 건설, 전자, 원자력 등 많은 분야에서 기업들이 외국에 진출하고 있다. 해외 진출기업이나 파견근로자의 사회보장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가 존재한다. 해외 진출 기업이나 파견근로자를 위해 해당 국가와 국제조약인 사회보장 협정을 맺어 양 당사국 국민의 보험료 납부, 급여의 지급 기준 등을 정한다. 사회보장협정은 국민연금제도 관련 상호 국가간 협정이지만, 해당 국가의 제도에 따라 산재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까지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사회보장협정은 1999년부터 시작하였는데, 현재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총 36개국과 체결·시행 중이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상호 국가 간의 보험료 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 26개국과는 상호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합산하도록 하여 급여수급권을 보호하는 내용도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새로운 국가들과 사회보장 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해당 국가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전화, 이메일, 팩스로 소통하며 협정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노력의 결과로 페루, 룩셈부르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와의 협정을 발효시켰으며, 노르웨이, 우루과이, 뉴질랜드, 필리핀과는 협정에 서명하였다.

사회보장협정은 보험료 면제제도와 가입 기간 합산제도가 있다. 보험료 면제제도는 협정체결국 국민은 상호 해당 국가에서 보험료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면제 협정 국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근로자는 우리 공단에서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현지 국가 연금기관에 제출하면 연금이나 사회보험 가입 의무가 면제된다. 2019년 말까지 우리 국민 7만 9천 387명이 약 3조 9천 687억 원의 외국 연금보험료를 면제받았다. 해외 진출한 우리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감소시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가입 기간 합산 협정은 양 당사국 간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합산하여 인정하는 제도이다. 어느 국민이 해외 근무나 거주로 가입 기간이 국내외로 나누어진 경우, 국가 간에 가입 기간을 합산하여 연금 수급 권리를 인정해 주는 협정이다.

미국과의 협정을 예를 들어보자. 미국과 우리나라는 연금을 수급하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이 10년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미국에서 5년, 우리나라에서 5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였다고 가정하면, 사회보장협정이 없었던 시기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에서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보장협정으로 인하여 양국 간의 최소 수급요건인 가입 기간이 10년이 충족되었으므로 가입자는 우리나라에서 5년, 미국에서 5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서독 등 선진 외국에서 보험료 납부만 하고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여 불이익이 많았는데 사회보장협정을 통하여 이를 해소하였다.

가입 기간 합산 협정 국가는 현재 26개국이다. 2019년 12월 말까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우리 국민은 4,278명이다. 이들은 이 협정으로 외국연금을 수급 중이다. 세계화 국제화로 인하여 외국연금을 수급받는 국민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국제협력센터는 사회보장협정 이외의 중요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우수한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를 희망하는 국가에 전수해 주는 제도연수 및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ISSA(국제사회보장협회) 등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업무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의 공적 개발원조 사업인 수탁 ODA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외국어 상담 서비스 제공과 외국인에게 반환일시금 지급, 국민연금 해외수급자 사후관리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국민연금 해외수급자는 2011년 3,431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10,072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부 국가와의 사회보장협정이 늦어지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면 정부 관계부처 등과 협력하여 신규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활발한 제도연수 실시와 ODA 사업 등을 통해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해외수급자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여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등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며칠 전 해외 근무 근로자와 상담을 했다. 보험료 면제국가에서 일하게 된 근로자인데, 사회보장협정에 대한 문의였다. 근로자에게 제도를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잘 처리되어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다. 이처럼 국민연금공단 국제협력센터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국민 그리고 외국인 가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