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초 군산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라는 칼바람이 들이쳤다.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희망퇴직자에 이름을 올리고 회사 울타리를 벗어난 A씨(43, 군산시)는 매서운 고용한파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

알량한 퇴직금으론 창업은 엄두도 내질 못했고, 학령기에 접어든 남매를 키워야 했던 A씨는 경력을 살려 비슷한 일자리를 구해보려 노력했지만 군산을 벗어나도 마땅한 자리는 나지 않았다.

현재 부업으로 시작했던 대리기사 일은 주업으로 변한지 오래. 그 마저도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일거리 자체가 줄어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아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A씨는 "비슷한 일자리는 커녕 눈을 낮춰도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힘들었다"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전북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30~40대가 군산 GM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가동중단,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고용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연평균 해당연령대 고용률은 -3.6%로 전국 최저 수준이어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선제적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7일 발표한 '전북지역 30~40대 고용 동향, 변화 요인 및 고용의 질'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및 고용 부진 속에서 전북은 타시도에 비해 특히 핵심노동인구의 주축인 30~40대의 고용상황 및 고용의 질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전북의 30~40대 취업자 수는 2010년 39만 명에서 2019년 36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도내 30~40대 실업률은 3.2%로 17개 시·도 중 인천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고용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시기는 2017년 말부터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으로 이듬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까지 고용붕괴가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는 것이 한은 전북본부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이 경기위축에 따라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 및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유출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전북의 생산동력 자체가 빠르게 힘을 잃어가는 것을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

한은 전북본부 관계자는 "전북지역 30~40대 고용여건은 최근 지역 주력산업 부진과 맞물려 빠르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며 "이러한 흐름은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인구대책부터 성장동력산업의 지속적 육성 등을 통한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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