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 탈시설화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탈시설화에 대해 지역사회의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은 데다, 장애인 탈시설 예산도 크지 않아 장애인 소득보장과 자립 생활 촉진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탈시설화’는 장애인이 자립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시설에서 나와 생활하는 것으로, 탈시설화 정책은 ▲거주공간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전 ▲가정과 같은 보편적인 환경에서 거주서비스를 제공 ▲제약을 최소화하고 거주인의 자율성 보장 ▲사생활과 소유권 보장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회복을 통해 지역사회에 포함되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골자를 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 종합정책계획을 통해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 전환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새로운 거주서비스 유형을 개발’하며, ‘재가 장애인에 대한 주택지원 강화’ 등을 밝혀 탈시설화 정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기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법과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북도의 장애인 탈시설 예산 비중도 장애인 예산현액(5490억)의 6.7%에 불과하다.

7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탈시설화 관련 지원사업으로 ‘장애인 재활 및 자립지원사업(17억)’, ‘장애인 활동보조금 지원사업(739억)’, ‘퇴소자 자립금 지원사업(5000만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관련 예산 비중이 적다 보니 탈시설화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43개의 장애인 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탈시설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시설을 나와 자립한 장애인이 무려 30여명에 달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립한 장애인의 숫자도 110명에 이른다.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1인당 13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자립생활 주택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41개 장애인 거주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전북에서는 현재까지 몇 명이 자립에 성공했는지 데이터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신 탈시설 자립정착금을 지원받는 숫자가 대략 4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들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은 1인당 1000만원이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시설화의 첫 번째 조건은 주거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며 “전북의 경우 주거정책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시도에 비해 미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탈시설화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집 값 떨어트리는 장애인은 나가라’는 벽보가 붙었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여기는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종환 전북장애인 시설협회장은 “탈시설화를 위한 정부의 큰 그림은 옳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꾸준한 계몽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발을 짚는 분도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환경 조성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시설 계획에 맞춰 지역사회 내 기반시설 준비와 보호자 없는 장애인 간 지역공동체 조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탈시설 자체의 취지는 좋지만, 시설을 나오면 보호 주체가 확정되지 않아 서비스의 한계가 따른다”며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2022년부터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에 탈시설 지원센터를 개소하려고 준비중에 있는데, 도 역시 정부와 보폭을 맞춰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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