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가에서 지내던 A씨(69)는 인근 지역이 재개발되며 거주할 수 없게 되자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거나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아무 장소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일도 있었다. 건강·생활·환경 어느 것 하나 안정되지 않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A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없었다. 추운 날씨에도 슬리퍼를 신은 채 시장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주변의 잇따른 신고 등으로 그의 사정이 알려졌다. A씨는 현재는 안전하게 병원에서 보호 중에 있다.

#2. B씨(75)는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자손들과 연락이 끊긴 채 모텔에 홀로 방치됐다. ‘치매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노인이 방치돼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그의 존재가 세상에 나왔다. 조사 결과 B씨는 자식에 의해 유기된 뒤 방치돼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현재 양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대부분 가족 내에서 이뤄진다. 7일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 피해자 절반 이상이 아들, 혹은 배우자에게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만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한 165명 중 41%에 해당하는 67명이 배우자에게서, 55명(33%)이 아들에게서 학대를 당했다. 그 뒤로 딸(14명, 8%)과 본인(12명, 7%), 며느리와 손자녀, 기관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노인학대 대부분이 가족 내에서 발생하다보니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 탓에 노인전문보호기관에서는 노인학대의 가장 큰 특징을 ‘은폐성’으로 꼽고 있다.

사회적으로 드러나 경찰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설사 주변이나 신고의무자들의 신고를 통해 학대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당장 피해 노인이 ‘아니’라고 하면 밝혀낼 길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피해 노인 다수가 맞고 나서도 ‘넘어졌다’, ‘실수로 찧은 것이다’ 등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도 잦다는 것. 그 원인은 학대행위자 대부분이 가족구성원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깨질까 두려워하거나,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이 형법으로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기관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법’으로 가게 되면 가족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말씀 못 하시는 경우가 있는 한편, ‘나는 가족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데, 어디까지 해줄 수 있냐’ 여쭈시는 경우도 있다”며 “가장 가슴 아픈 때는 ‘한 대 맞을 수도 있지’라고 하시는 경우다. 맞아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고 이야기하며 “본인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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