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이 지은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푸른영토)가 출간됐다.

한국의 많은 사찰과 암자들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이다. 그것은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천오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암자와 사찰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이 오랫동안 한국의 암자와 사찰을 방문하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사찰의 역사와 전설들 그리고 사찰의 각종 유산들을 소개한다.

특히 도내 사자암, 청련암, 도솔암, 백장암 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익산 미륵산 남쪽 중턱에 있는 ‘사자암’은 금산사의 말사다. 백제 무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있었던 사찰로 알려진다. ‘삼국유사’에 ‘무왕은 선화비와 함께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법사를 찾아가던 중…’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 곳에 거주했다는 지명법사는 법력이 높았던 스님으로 서동과 선화공주가 결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3년 발굴조사에서 ‘사자사’라고 쓰여진 기와가 발견되어 ‘삼국유사’의 기록에 나오는 사자사임이 확인됐다. 또 소설가 윤홍길의 작품 ‘에미’에서 어머니가 불공을 드리러 갔던 곳으로 한과 슬픔이 오롯이 배어있는 절이다.

부안 청련암은 내소사를 거쳐 오를 수 있다. 이 암자는 성종 31년(553년)에 초의선사가 창건했다. 암자마당에서 내소사와 줄포만 그리고 바다 건너 선운산과 소요산이 한 눈에 보인다. 흐름을 멈추지 않고 나오는 석간수와 함께 황혼이 깃들 무렵의 종소리와 줄포만 전망은 절경이다. 일제시대 해안선사가 내소사 주지로 재임하고 있던 1925년 독립운동가들이 이 곳을 드나들었다. 백관수, 송진우, 여운형, 김성수 등이 한때 은신처로 사용하며 이곳에서 독립운동에 관한 일을 도모했다.

남원 백장암은 실상사의 산 암자다. 실상사는 신라 구산산문중 최초의 산문인 실상사파의 본찰이다. 백장암은 실상사에서 인월 가는 길의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곳에 백장암 3층 석탑(국보 제10호)과 백장암 석등(보물 제40호)이 있다. 현재 법당과 칠성각, 산신각 등이 있는 조그만 암자지만 옛날에는 규모가 상당히 컸던 사찰로 추정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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