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올 들어 세 번째인데…다음에 또 비가 내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늘도 원망스럽지만, 지자체에서 하루빨리 해결해 줬으면 해요”.
장맛비로 가게에 무릎까지 물이 찼다는 황모(62)씨의 하소연이다.

김제시 공덕면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황 씨는 흙탕물이 막 빠진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금세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14일 황 씨와 마을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가게에 빗물이 들어온 것은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두 번째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발목 넘어 찼던 물은 이번에 무릎 아래까지 들이닥쳤다.

이날도 황 씨 옆을 지키던 마을 주민은 “엊그제(12일) 자정쯤, 잠든 시간에 갑작스레 물이 차버려서 회관까지 몸을 피했던 것으로 안다”며 “낮쯤에 와서 다시 물을 치우는데 하도 고생을 해서 (황 씨는) 그만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전날까지 마을 주민들과 인근 현장 관계자들이 매달려 한바탕 물을 퍼낸 가게 안에는 텁텁한 흙냄새가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바닥 장판 아래에도 아직 습기가 남아 누르는 것만으로 남은 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였다. 가게 곳곳에서는 젖은 냉장고를 조금이라도 말려보려 선풍기 대여섯 개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 냉장고 중 절반 이상은 침수로 켤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황 씨가 비 피해를 입은 것은 올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처음에는 발 언저리까지, 두 번째에는 발목 께까지 흙탕물이 들어왔었다고 했다. 큰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주 상자 따위로 냉장고 높이를 높여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상품을 놓는 선반 맨 아래 칸에는 흙탕물로 엉망이 된 음료수 따위가 구겨 넣어진 채였다. 가구 벽면을 따라 키 재기라도 한 듯 물이 찼다 빠진 자욱이 보였다.

물건들을 수습하느라 미처 사람들의 손길이 채 다 닿지 못한 가게 뒤편은 아직도 군데군데 흙이 쌓여있었다. 물을 뒤집어쓴 시래기 따위를 두고 황 씨는 “이제 못 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고에 보관하던 소금 세 가마니와 뒤뜰에 쓰려 내 둔 비료 포대도 내용물이 죄 녹은 채 허물처럼 나뒹굴었다. 본래 쓰던 지하수도 끊겨, 부랴부랴 연결한 수돗물로 흙바닥을 씻어내 보려 했지만 토사가 잔뜩 남은 보일러실 인근을 다 치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황 씨는 “음식들이나 상품들 등 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벌써부터 파리가 꼬이는데 벌레나 곰팡이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지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어떻게 버티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은 아무런 답도 없고, 면이나 시청에서도 다녀갔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들은 마을 하수도 정비사업이 시작된 이후 가게에 비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피해를 입은 황 씨는 인근 노인회관으로 피신하기도 했지만 이재민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황 씨가 피신한 장소가 아닌 가게로 다시 돌아와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황 씨는 이를 두고 “가게가 걱정돼 어떻게 오래 있겠느냐”고 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추후 피해 방지 노력 등을 묻는 질문에 “피해 내역에 대해서는 인근 공사현장과의 관계 여부와는 별개로 현장에서 보상할 것으로 안다”며 “다음 비에는 피해를 보시지 않도록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는 등 조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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