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욱 국민연금공단

갑자기 파견 명령을 받았다. 복지부로부터의 긴급한 파견 요청에 따라 3일만에 발령이 났고, 부랴부랴 현업 인수인계를 한 후 세종으로 가는 짐을 꾸렸다. 파견장소는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였다. 공단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4명이 파견되었고, 모두 생활지원TF팀에 배치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입원이나 격리 중인 자에게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급을 관리하는 부서였다. 팀원은 복지부와 공단직원이 반반 정도였으며. 복지부 직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접수하는 생활비지원을, 공단 직원은 우리 공단에서  접수하는 유급휴가비용 업무를 맡았다. 물론 전체적인 진행과 현안을 같이 공유하고 회의를 통하여 추진방법을 결정하였다. 
 낯선 전산환경,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는게 마치 신규직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게다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일은 양과 질 측면에서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직원들은 매일 늦은 밤에 퇴근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긴급하게 추진되는 사업과 그에 따른 환경에 불평만은 할수 없었다. 게다가 나뿐 아니라 복지부 공무원들 그리고 같이 파견된 직원 모두 동일한 환경이었기에 불만은 잠시 넣어두고 업무에 몰두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소한 즐거움을 꼽자면 매일 저녁 8시에 나오는 간식이다. 샌드위치부터 닭강정까지 매일 다양하게 나왔다.
 하루는 간식 시간에 아래 위층을 둘러보았다. 저녁 8시가 맞는가 할 정도로 불이 꺼지지 않은 사무실에서 모두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다. 위급상황에서도 국민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누구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결과임을 실감했다. 국가비상 상황에 책임을 가지고 노력하는 열의를 느꼈다.
 우리 업무는 국민연금공단이 확진자와 격리자에게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 전산, 지침을 마련하는 업무였다. 새로운 업무라 회의로 결정된 지침을 공단 가입지원실과 협의해야 했다. 서로 이해관계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주장하는 복지부 공무원과 공단의 입장이 달랐다. 공단에서는 증원 인력없이 업무가 추가되어 해당 부서에 업무가 과중되므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한 자금지원이라는 큰 목적 아래 나름 잘 정리가 되었다.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고려가 필요했다. 이해관계자, 일선 직원들의 업무환경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고, 실제 국민들에게 적용될 때까지 사소한 일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했다. 파견 근무 내내 이런 고민을 정리하고 해결하기 위해 회의가 계속되었다.
 3주쯤 지났을 때 무렵, 긴장된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자가 된 것이다. 그 직원 천안 밸리댄스 학원 수강생이었다. 그 소식을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연락을 받았다. 바로 짐을 챙겨 가족에게 피해가 없도록 세종시의 원룸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다행히 다음 날 중수본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하여 모두 음성으로 나와 정상 근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하나의 재미있는 사건이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는 시간이었다.
 나의 파견 기간은 약 5주 정도였다. 길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솔직히 처음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많은 직원 중에 왜 나인가 하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있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서 함께 파견근무했던 직원들 그리고 본부 가입지원실과 지사 일선에서 불철주야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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