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기 그지없다. 웅장한 모습과는 저 반대편에 서있는 절. 얼마나 소박한지 그 흔한 문조차 없다. 절이라 하면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절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데 화암사는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우화루의 지붕이 맞이한다.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인 일주문은 세속의 번뇌를 씻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도 화암사는 절로 향하는 길 자체가 번뇌를 씻는 과정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지 감히 생각해본다.

실제 화암사로 향하는 길은 녹록치 않다. 지금에야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계단을 설치해 편하게 화암사에 다다를 수 있지만 계곡 사이 암벽과 자갈길을 한참이나 걸어야만 화암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화암사 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은 모든 근심거리를 놓게 만든다.

설화에 따르면 완주 화암사 창건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시대 연화공주가 병이 들었는데 부처가 현몽해 바위에 핀 꽃을 찾으라 했다. 용이 지키고 있었던 그 꽃은 공주의 병을 낫게 했다. 그 후 절을 지어 바위에 핀 꽃이라는 뜻으로 화암사라 명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찰은 ㅁ자형 마당에 그 유명한 극락전(국보 제316호)과 우화루가 마주보고 서있다. 동서로는 불명당과 적묵당이 있다. 크지 않은 면적에 8채의 건물이 소담하게, 또 단단하게 서있다.

작은 면적에 여러 채의 건물이 들어선 것이 자칫 답답하다 상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이 건물들은 서로 다른 높낮이와 다른 형태의 건축으로 각각이 매력을 뽐낸다.

극락전이 유명한 것은 단지 국보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유일의 하앙식 구조의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 전문가들에게 화암사는 특별한 존재다.

하앙이란 기둥 위에 중첩된 공포와 서까래 사이에 끼워진 긴 막대기 모양의 부재를 가리킨다. 이 하앙의 끝부분 위에 도리를 걸고 서까래를 얹으면 밖으로 돌출한 하앙의 길이만큼 처마를 길게 뺄 수 있다.

이 하앙식 구조는 평야지대로 강수량이 많은 백제계 양식에 어울리는 구조다. 그러나 하앙식 구조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많이 발견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를 빌미로 일본에서는 백제를 거치지 않고, 중국과의 직접적인 교류로 하앙식 구조를 도입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완주의 화암사 극락전이 운명처럼 발견 된 것. 더할 수 없이 반갑고, 고마운 존재다.

우화루는 화암사의 입구에 자리한 정면 3칸, 측면 3칸짜리의 2층 누각으로 보물 제662호다.

정유재란 이후인 1611년(광해군 3년)에 중건됐는데, 건축학적으로 조선시대 건축양식이 잘 반영된 누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우화루가 국보로 승격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화암사 중창비는 유일하게 화암사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있다. 신라 문무왕 이전에 창건됐고, 이후 여러 번의 보수를 거쳤다고 한다.

조선 태종 17년(1417)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했던 성달생이 절을 하나 짓고자 터를 찾아다니던 중, 화암사의 자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의 뜻에 따라 세종 7년(1425)에 주지 해총이 절을 중창했다. 이외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이곳에 머물러 수도하였다는 기록도 보이며, 이들의 뜻에 따라 절을 잘 지키라는 당부의 내용도 실려 있다.

철영재는 바로 화암사를 중창한 성달생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금의 화암사 모습이 성달생이 중창한 시기에 완성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화암사 인근에는

1. 고산자연휴양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사계절 가족휴양지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맑고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현재 고산자연휴양림은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숙박시설을 제한적으로 개방·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방문객들은 발열체크 및 방문객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2. 대둔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우는 대둔산은 해발 878m로 우뚝 솟은 최고봉인 마천대 아래로 천여 개의 암봉이 수려한 장관을 뽐낸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등산이 힘든 이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를 수 있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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