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국악원 작은창극 ‘춘향-봄날, 사랑 노래’가 지난 16일 저녁 7시 30분 예원당에서 공개됐다.

올해 첫 창작 작품으로 국악원측이 국내 순회공연과 해외 공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서진희와 김은석이 각각 춘향과 몽룡 역할을 맡았고 황갑도가 도창을 하면서 방자 역, 김현주 역시 도창과 함께 향단, 월매 역을 소화했다. 소리 공력을 인정받고 있는 단원들로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살려냈다.

무용수 송윤정과 임주희는 방자와 향단의 마음을 개성있는 몸짓으로 표현하며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무대에 생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했다.

작은 무대였지만 실내악 반주자들이 중앙에 위치한 것은 이채로웠다. 이세나(아쟁), 윤이나(가야금), 구주영(대금), 황상현(타악)이 무대 한쪽이 아니고 무대를 앞, 뒤로 구분하는 듯 배치된 모습은 파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내용은 ‘춘향전’ 전반부라 할 수 있는 만남-이별-기다림으로 짜여 있다. 몽룡이 광한루에 가서 그네 타는 춘향이에게 반하는 ‘만남’부터 몽룡이 서울로 떠나게 되는 ‘이별’, 그리고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의 마음을 노래하는 ‘기다림’을 90분 가까이 풀어냈다.

‘대형 창극의 틀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을 최소화하여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는 방향성은 무대에서 비교적 잘 표현됐다.

넘치지 않고 안정된 소리와 연주, 그리고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차분한 무대 등은 당초 기획 의도를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것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와 달리 무대가 산만하다는 평이 있었다. 도창이 서고 오리정 고개를 상징하는 단과 실내악단이 위치한 단이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4명의 연주단이 위치하고 무대가 단으로 분할되면서 소리꾼과 무용수의 연기가 돋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연 시간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 느낌이 있으며 특히 50여 분간 진행된 ‘만남’은 전체적으로 작품의 흐름을 늘어지게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짧지만 함축인 장면과 완성도 높은 곡이 어우러진 ‘기다림’이 공연 장면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은 이유다.

그럼에도 국악원이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움추러 들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국악원의 창작열은 바람직하다.

오는 10월 국악원이 대표 공연으로 만들고 있는 ‘대춘향전(가제)’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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