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KTX 호남선 개통 이후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어졌다. 호남선 개통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지도가 바뀌었는가 하면은 출퇴근 거리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그동안 익산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2시간 35분이 소요됐지만 호남선 개통으로 이동 소요시간이 1시간 단축됐다.
또 호남선 개통으로 인해 지방 소비가 둔화되고 서울에서의 소비만 증가할 것이라는 소위 ‘블랙홀’ 현상에 대한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이처럼 호남선 개통은 지역 지역경제 활성과 일자리 창출, 지역 상생 균형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또 다시 ‘세종시 KTX 정차’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가 이번에는 경제성 분석 결과 의미있는 수치가 나왔다며 KTX세종역 신설 추진을 발표한 것이다.
세종시는 용역 결과를 공개하며 경제성분석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편익비용(B/C) 값이 0.8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의 경우 B/C가 1 이상이고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종합평가(AHP) 값이 0.5 이상이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조사에서 세종역 신설은 B/C가 1을 밑돌았지만 앞선 조사보단 높아졌다는 근거다. 지난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진행한 용역에선 0.59가 나왔었다.
용역을 수행한 아주대 산학협력단은 접근성과 역 간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일대가 최적지라고 결론 내렸다. 이곳은 오송역과 공주역의 중간지점으로 공주역∼세종역, 세종역∼오송역의 간 거리는 각각 22㎞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고속철도 적정 역 간 거리인 5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거리다.
즉 세종역이 신설된다면 중간에 역사가 더 생겨 전북도민 등 호남선 이용객들이 서울행 KTX를 이용할 때마다 20km를 우회하는 셈이다.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전북권은 하루 7957만원의 이용객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철도교통의 통행시간가치 환산 기준은 1시간에 3만원이다. 운행시간이 10분 늘어날 경우 5000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지난해 전북권 KTX 일평균 이용객이 1만5914명임을 감안한다면 전북권은 하루에 8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국토부가 세종시의 자체 추진한 이번 용역 결과에 대해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앞선 철도시설공단 용역에서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이 난데다 고속철도 수요와 정거장 안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세종시는 KTX 계획과 노선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나 철도공사가 객관적 검토를 거쳐 ‘불가’ 방침을 세운만큼 인근 지자체와 더 이상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분란은 이제 그만 두고 상생의 길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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