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초·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회까지 사실상 석권했다.
전북은 물론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전남, 세종 등에서는 광역의회 의석의 90% 이상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를 두고 당·정·청과 지방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동안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여소야대’ 정치 지형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정책이 의회의 ‘묻지마식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거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의회 독점에 따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도내 일부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관련 당사자들이 제명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민주당 중앙당은 지방의회 후반기 원구성에 앞서 내부 경선을 통해 의장 후보를 선출, 당론에 따라 투표하도록 시·도당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완주군의회는 의장단 구성과 관련해 기초의원 2명을 제명 처리했다. 이들이 제명 처리된 건 의장선거와 관련해 당의 방침을 어기고 무소속 후보와 야합했다는 것이 이유다.
김제시의회에서도 최근 있었던 의장단 선거에서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네 자리를 무소속이 차지했다. 민주당 의원 3명이 이 과정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완주군의회와 김제시의회 뿐만이 아니다. 익산시의회를 비롯해 진안·무주·장수 등의 기초의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때문에 완주군의회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징계위기에 놓인 지방의원들이 많게는 30명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초의회 의장 선거에까지 정당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의원들의 소신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도내 기초의회에서 반란표가 나왔다는 것은 정당의 결정이 온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의장단 구성과정에서 중앙당의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여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에 지방의회가 할 일도 산적한 상황인데 자리다툼과 그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21대 국회를 압승한 민주당 중앙당이 제일 먼저 내세운 덕목은 겸손이다. 수신제가 단계인 지방의회의 원구성에까지 사사건건 개입하는 악습의 고리가 끊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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