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 꽃피운 창암 이삼만 서예세계

오피니언l승인2020.07.2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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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창암 이삼만(1770~1847)은 전주출신으로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당대의 3대 명필로 꼽힌다. 2020년 올해는 창암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이를 기념해 창암의 서예세계에 대한 학술대회를 지난 15일 열었고, 창암의 유묵을 모아 “행운유수-구름 가듯 물 흐르듯”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창암은 전주에서 태어나 한벽당 부근 옥류동에서 살았으며, 만년에는 상관 공기골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창암은 정읍에서 살기도 하였으며, 정읍 태생이라는 설도 있다. 창암은 서예의 고장 전북출신으로 추사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창암의 글씨에 대해 ‘행운유수체’로만 한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창암은 한양의 경화자제(京華子弟)도 아니고 한양의 대가에게 수학하지도 않았다. 벼슬생활을 하지 않았으며 평생 글씨 공부에만 매진하였다. 창암은 지방에서 원교 이광사를 비롯한 명필들의 글씨를 스승 삼아서 오직 글씨 공부에만 전념하여 심오한 경지에 올랐다.  창암은 그래서 앞으로 더 빛이 날 수 있는 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
추사 김정희는 창암의 글씨를 관솔불 냄새나는 글씨라고 하였다고 한다. 관솔불은 소나무옹이를 태워 불을 켜는 것으로 양촛불에 비견되어 시골선비를 가리킨다. 관솔불 냄새 나는 글씨라고 평한 것은 창암의 글씨를 가난한 시골선비의 글씨로 폄하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추사가 창암 글씨를 보고 감탄했다는 말도 전한다.
김양성묘비 탁본을 보면, 전면의 비명 큰 글씨를 추사가 쓰고, 뒷면의 비문 작은 글씨를 창암이 썼다. 비 측면에 추사의 이름이 새겨지고, 추사 아래 창암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835년에 새겨진 비로 당시 창암은 66세였다. 추사는 창암 보다 16살이 어리고, 비가 세워질 때 벼슬은 규장각 대교(8품) 하위직이었지만 비문을 짓는 데에서 위상은 추사가 위이고 창암이 아래였다.
그것이 조선사회였다. 고관 집안의 추사와 지방의 특별할 것 없는 집안의 창암, 문과에 급제해 하위직이지만 엘리트들이 가는 규장각 대교인 추사 김정희와 벼슬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창암 이삼만, 조선시대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비교조차 안 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그들의 글씨도 비교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화시대인 지금은 다르다. 글씨 자체만의 뛰어남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 그 모든 주변 것들을 떠나 존중되고 인정된다. 창암의 글씨가 그렇다.
창암은 몸이 아파도 하루에 천자를 써야 한다고 하였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벼루 3개를 구멍 내야 한다고도 하였다. 그는 베에다가 글씨 연습을 하고, 검어지면 빨아서 다시 썼다고 한다. 또 바위에 글씨 연습을 하였다고도 한다.
창암이 사망하기 1년 전에 원교라는 사람에게 써 준 글에서, “서예의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에게 거만하지 말고, 책을 많이 읽으며, 시를 많이 짓고 몸을 소중히 지켜라”라고 하였다. ‘평생 글씨를 썼지만 획 하나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고 탄식 했다. 창암의 글씨에 대한 철학과 열망을 잘 보여준다. 이 글씨는 창암 최고의 걸작으로 평해지기도 한다.
이번에 전시된 창암 유묵 중에는 1미터가 넘는 “愼獨(신독)”이라는 큰 글자가 있다. 혼자 있을 때 삼가라는 ’필신기독(必愼其獨)‘을 줄인 말이다. 마치 추사 말년의 “판전(板殿)”에 비견되는 글씨이다. 노년에 마음을 다 비우고 처음으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격식에 구애받음 없이 쓴 글씨라고 한다.
창암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그의 서예 세계를 널리 알리고 기리려는 대단한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 전북이 서예의 고장이어서 더욱 그렇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지역 서예가들의 도움을 받아 창암 특별전을 열고,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이 현재까지는 다이다.
그간 사실 전주에서 창암 학술대회가 이번 말고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창암 탄생 250주년을 계기로 한국 서예사에서 그의 위상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지역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경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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