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까막눈을 좀 떠볼라고 손목이 시드락 가나다라를 배우는디 아 느닷없이 코라나 19라는 것이 나타나서...(중략) 코로나 19 그것이 무슨 벌거지 같으면 잡아서 돌팍에 대고 콕콕 찧어 불먼 내속이 씨원허겠네.’

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한글을 배우던 중 코로나 때문에 교육이 중단되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글이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작으로 꼽혀 화제다.

남원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20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남원평생학습관 신정득(77) 학습자의 작품 ‘도로 까막눈’이 최우수상작품(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중 대표작으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은 매년 문해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을 위해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글 한 걸음, 소통 두 걸음, 희망 세 걸음’이란 주제로, 전국에서 38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올해 공모에서는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주변에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이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작품으로 꼽힌 ‘도로 까막눈’은 올 초 운봉읍 한글학당에서 한글 공부를 시작한 신정득 학습자가 쓴 글이다.

까막눈 신세를 벗어날 기회가 와서 기대에 부풀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공부가 잠시 중단돼 분하고 속상한 마음과 코로나19가 물러가 하루빨리 편안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신정득 학습자는 “살면서 글 모르는 것 때문에 주눅 들고 서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선생님과 한글공부를 하게 돼 매우 감사하고 더구나 큰 상까지 받게 돼 무한히 기쁘다”며 “얼른 코로나19가 깨끗이 물러가 모두가 예전처럼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남원시는 지난 6월 철저한 방역관리와 거리두기 준수로 평생학습관의 성인문해교육 대면 수업을 재개했지만, 학습 장소가 주로 경로당이었던 한글학당 같은 경우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라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음에도 시화전 등에 열심히 참여한 학습자와 강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평생교육 활성화에 힘쓰겠다”며 “‘도로 까막눈’이 되는 일이 없도록 성인문해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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