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문승우 위원장

오랜 기간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도내 폐교재산이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 이후 새생명을 얻는 듯 했지만, 활용실태를 보면 이전과 다른 현격한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
현재 도내 폐교재산은 총 41개교로 자체활용 23개교, 대부 10개교, 보존 6개교, 매각예정 2개교로 활용 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텅 빈 공간으로 방치되던 때와 달리 제각기 새롭게 역할 중이나, 실속은 어떠한가? 폐교 한 곳당 지원되는 예산은 연간 500만원에 불과하고, 여건 상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곳도 많다.
대부나 보존인 경우 각종 공과금이나 제초 등 최소 유지비용만 들어가기에 적은 예산으로도 유지·관리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자체활용은 얘기가 다르다. 자체활용하는 대부분의 폐교는 생태체험장을 조성해 주말농장, 자연체험학습장 등을 운영 중이다. 낙후된 건물과 운동장 토질 등을 유지·보수하기 위한 비용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생태체험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또한 전라북도의 인구사회학적 구조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전라북도의 인구 붕괴는 수 년째 이어지고 있고, 특히 만15세 이상 64세이하의 경제활동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생태체험장의 특성 상 어린 학생들의 이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태체험장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실제로 도서지역에 위치한 일부 생태체험장은 방문하는 학생 수 마저도 뜸한 곳이 많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시기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폐교는 골칫거리였다. 일본 문부과학성 발표에 따르면 매년 일본에서 폐교되는 초등·중학교는 500여 개에 달한다. 더구나 전체 수 천개에 달하는 폐교를 활용할 뚜렷한 방안도 없고, 재정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 나도 매각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낙후된 폐교의 특성상 인기가 없어 매각도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이타마현 후쿠야시의 경우 폐교된 초등학교의 체육관을 구매하면 1천만엔(약 1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되려 지원해준다고 공고했다.
올 초 전라북도교육감의 ‘지방자체단체에 대한 폐교 매각 논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는 대부 수요가 있는 경우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5조에 따라 교육·사회복지·귀농귀촌 등 목적에 한하여 무상 대부가 가능하다. 예컨대 수요가 있는 지자체가 대부 비용을 아끼는 대신 각종 관리비나 리모델링 비용 등을 지원하도록 한다면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물론 일부에서 제기되는 교육재산의 보호 논리에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 콘텐츠 중심의 활성화 방안이 미비하거나 도교육청의 재정부담을 덜어줄 아이템이 없다면, 도내 지방자치단체에 폐교재산 일부를 추가적인 대부나 매각하는 것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활용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노인복지시설의 확충이다. 향후 전라북도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어르신들을 케어할 복지기관의 수는 수요에 비해 과부족 상태이다.
현재 폐교 중 난신초와 주산초 석계분교가 노인복지시설로 대부중이다. 그러나 두 곳 모두 특정지역에 몰려있고, 주산초 석계분교의 경우 대부기간도 지난 5월에 종료되었다.
둘째, 시·군별 귀농·귀촌 지원 기관 건립이다. 현재 전라북도는 거점 지원기관으로 전북농어촌종합지원센터를 두고 있으나, 시·군의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다. 일례로 전북농어촌종합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임시거주시설인 귀농인의 집은 도내 140여개에 불과하다.
폐교의 활용은 현장중심 지원정책 마련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폐교는 농산촌, 어촌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에 지리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전라북도와 상생 발전하기 위한 무궁무진한 폐교 활용 방안들이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교육청을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지역주민 등 관련 주체들의 깊은 관심과 배려다. 필자와 같이 고민하는 이가 많아져 빠른 시일 내에 폐교재산이 도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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