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천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정부에서는 유량과 수질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물관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물관리’는 물의 균형과 순환주기, 수량확보, 수질보전, 재해방지, 자연환경, 경제와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물관리를 의미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그 비전으로 삼는다.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올 때는 물론이고 가뭄이 들었을 때 등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적재적소에서 물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환경부에서는 작년 8월에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올해 국가물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추진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국가물관리계획은 통합물관리정책을 총괄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물 이용과 치수,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여 살아갈 지속가능한 물 이용에 이르기까지 물관리 정책을 구속하게 된다. 예산의 지원은 물론이고 물 분쟁 해결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을 구속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전북도민은 전북의 물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 전북의 물이용계획이 국가물관리계획에 제대로 담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전북의 물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지역별 물이용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만금상류인 만경강의 수생태계 건강성 지수는 전국에서 꼴찌인 반면 인간의 물요구량 압력은 4번째로 높아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2020년 전북도 통계자료에 의하면 도민의 85.2%, 즉 도민의 열 중 여덟은 새만금상류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만경강과 동진강은 강의 길이가 짧고 유량도 많지 않아 외부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용담댐과 섬진강댐이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댐을 만들기는 정말로 어렵다. 댐을 내어줄 지역에서 물관리계획을 수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을 내주고 떠나야 하는 아픔을 수용한 지역민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 용담댐과 섬진강댐이 없었다면 전북의 물 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수몰민의 희생으로 귀중한 물을 얻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어렵사리 용담댐을 건설하고도 정작 전북은 제 몫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일 135만톤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받기 위해 용담댐을 건설하였음에도 용담댐 물 대신 만경강 등의 하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섬진강댐도 그렇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댐이 만들어졌으나, 2014년부터 연간 공급량이 2억여톤 줄어들었다. 용담댐과 섬긴강댐의 건설목적과 용도에 맞게 계획된 물량을 전북도 특히 새만금유역에 보내줘야 만경강과 동진강의 자연성을 회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힘들여 추진한 새만금 수질개선 노력이 상류하천에 물량이 줄어들어 효과가 나타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큰 손실이다. 도민의 희생으로 이룬 용담댐과 섬진강댐 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자연의 물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이다. 용담댐과 섬진강댐에 대한 제 몫은 찾지 못하면서 정작 자연의 몫인 만경강과 동진강 물을 인간이 써버린다면 자연은 그 치유능력을 상실해 버릴 것이다. 물은 공공자원으로 자연생태계를 고려한 공평한 이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관리기본법에서는 물의 공공성, 건전한 물순환, 수생태환경의 보전, 유역별 통합물관리, 협력과 연계, 합리적이며 건강한 물 배분과 비용부담,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합물관리의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국가물관리계획의 수립과 정책실현에 있어 원칙과 가치가 충실히 지켜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