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서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했던 일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습니다. 다행히 한동안 웃을 일 없었던 어르신들 입가에 웃음이 생기는 걸 보니 저 또한 기쁘네요.”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가구에 가전제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한 최진숙(47) 대외협력계장은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다며, 자신을 향한 시선을 부끄러워했다. 최진숙 계장은 순창군청 행정과에서 자원봉사단체와 사회단체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전북 순창은 7개 읍면에 94가구가 주택이 침수되거나 파손, 유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8일 가장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9일부터는 침수피해 복구를 위해 순창군도 전방위적으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했다. 군 소속 공무원과 방재단, 지역사회단체들로부터 시작된 피해복구는 10일을 기점으로 도내 공공기관을 비롯해 지역 봉사단체와 사회단체 등 2,800여명이 순창을 찾아, 피해복구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봉사활동을 총괄하는 최 계장이야말로 지역사회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질수록 더욱 바빠졌다. 그녀는 낮에는 봉사현장 나가느라 저녁에는 사무실 와서 현황을 정리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와중 공익법인 ‘희망을 파는 사람들’이 ‘수재민 가전제품 선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공문을 읽어본 최 계장은 더욱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전체 5억원 규모로 수해피해 주민을 위해 500대의 가전제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 38개 지자체와 36개 읍면동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전국적인 피해가 적지 않았다. 즉 전국적인 피해가 컸던 만큼 500대 한정으로 지원하는 가전제품 지원에 자칫 늦었다가는 순창이 지원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최 계장은 지난달 14일 오후 늦게 읍면 담당자들에게 메일과 단체대화방을 통해 지원사업에 대한 사업신청 안내를 독려했다. 그녀와 읍면 담당자들은 공휴일에도 침수주택 현장조사와 전체 94가구에 대한 신청서를 서둘러 작성해 공익법인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접수하고, 2번의 현장 안내까지 했다. 순창군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신청 결과 지난달 30일부터 침수피해를 입은 가정내 새로운 가전제품들이 속속 배달되기 시작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이후 웃을 일이 없었던 피해 주민들 입가에도 조금씩 미소가 지어졌다. 유등면의 한 할머니는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도 미안했는데 이렇게 도와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가전제품이 배달되는 내내 연신 고맙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 계장의 발빠른 대처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한결 가벼워지게 됐으니 주민들에게는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무엇보다도 당초 가구당 1개의 가전제품만 배달되기로 했던 것이 한 가구에 2개까지로 늘어나며 가전제품을 받은 주민들의 기쁨도 2배가 됐다.

그녀는 가전제품을 받은 주민들의 표정을 보니 나 또한 행복하다며 그동안 힘들었던 일을 한 번에 보상받은 거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읍면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해 준 공익법인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순창=이홍식 기자. hslee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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