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접촉을 감수해야 하는 상점 점원, 배달원, 창고 직원, 공장 근로자, 위생 근로자 등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혼잡한 상점으로 들어가며 건강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습니다.”(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세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이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김지연이 택배 배달원의 삶에 주목했다.

김지연 기획전 ‘택배’가 9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학동 사진관에서 열린다.

자영업자, 노동자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이 시대의 택배기사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는 올해도 이어졌다.

“하루 300곳 배달 병원 갈 시간도 없어”..CJ대한통운 택배기사 또 사망(뉴스1 인터넷 뉴스 2020년7월 8일)

40대 쿠팡맨 새벽 배송 중 숨져..“코로나 이후 물량 폭증”(한겨레 인터넷 뉴스 2020년 3월 15일)

근무시간 단축을 권장하는 세상에 누군가는 새벽이나 한밤중까지 일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슬프다.

“어느 날 밤 11시에 택배가 도착한 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처음엔 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했다.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니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었고 택배원은 이미 사라졌다. 이 시간까지 배달이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이건 이 밤중에 아파트나 골목을 누비며 배달을 한다는 일은 가혹한 일이다.”

누군가 더 싱싱한 것을 먹기 위해서 어떤 노동자들은 잠도 못 자고 새벽 배달을 해야 하고, 할당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한밤중에도 뛰어야 한다.

“몇 년 전 몹시 더운 여름 한낮에 택배기사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대문을 들어서며 ‘어휴~ 사람이 꼬시라지네요’ 하는데 왈칵 웃음이 쏟아졌다. 그도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은 식물이 꼬시라지는 모습을 사람에 비유하니 너무나 적절하기에 민망한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두고두고 그 말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 와중에 택배기사가 과로로 쓰러져 죽는 일이 생겼다. 사고가 나도 근로자로 인정을 못 받으니 모든 손해는 본인이 떠안아야만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19사태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업무량은 많고 작업환경은 열악해서 코로나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어 눈총을 받고 있다. 이것을 단지 한 택배회사의 처우나 환경문제라고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양한 조건에서 일 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택배기사가 차량 한 대를 사가지고 회사 일원으로 들어가 할당량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총 자본이라 할 수 있는 차량은 리스와 사체까지 얻어서 사는 경우가 적잖은 처지이고 보니 그것을 제하고 남은 돈이 순수 벌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추석에도 택배기사들은 평소보다 배로 늘어난 물량을 전달하기 위해서 한밤중에 골목이나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내릴 것이다.

“일 년 동안 모아본 택배의 내용을 보니 개인의 취향은 물론 사회의 움직임까지를 볼 수 있었다. 내게 온 택배들 중에는 생필품과, 내의, 책, 커피, 사진 프린트, 필름과 자식들이나 친지가 보내 준 선물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 예방이나 질병에 필요한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등이 있다,”

이 전시는 매일 일상 속에서 택배를 받는 과정과 구조를 사진과 설치를 통해서 보여준다,

수, 목, 금, 토 4일간만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063-905-2366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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