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방금 지나간 목동 어디로 갔소?”
“보지 못했소”
‘탕~탕탕~~!’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리고 스님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스님의 피가 절 마당을 붉게 물들였다.
토벌대가 무서워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둠이 내린 후 총알구멍으로 만신창이가 된 스님의 몸에 방석솜을 뜯어 막았다.-(‘지옥도’)

1948년 3.1절 28돌 기념식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된 제주 4·3항쟁으로 확인된 희생자만 14,442명.

중산간지대에 있던 불교 사찰은 더욱 피해가 컸다.

해방 후 제주 불교의 개혁의 중심에 섰던 열여섯 분의 스님들이 ‘폭도’라는 죄명으로 수장되거나 총살되고, 서른다섯 사찰은 초토화됐다.

피난을 가야했던 사람들은 불상과 탱화 등을 이운하는 과정에서 훼불이 되는 등 4·3은 제주불교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전시회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는 4·3 당시 종교와 관련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전무한 상황에서 더 이상 묻어 둘 수만 없어 마련한 기획전이다.

금산사 보제루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3명의 작가가 함께 한다.

2018년 일본을 비롯해 4·3을 작품화하여 진실을 알리고 있는 이수진 작가는 4·3당시 고통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공권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자라난 숨비기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보릿대를 염색하여 소재화하는 등 야만의 역사와 아픔을 작품에 담았다.

작품 ‘너’는 당시 주위 사람들의 지목만으로 끌려가는 비극적인 상황을 작품화한 것이다.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생과 사가 갈렸다. 살기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입을 다물어야 했다”(‘손가락 총’)

도예가인 윤상길씨는 제주라는 섬에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쫓기고, 숨고, 죽임을 당한 넋을 위로하고자 작업 전 기도와 명상을 통해 받은 느낌을 토대로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중생구제가 화두였던 스님들의 ‘순교’ 등을 표현하며 극락왕생 발원을 기원했다.

“4·3이후 제주의 사찰에는 ‘비밀기도’가 생겼다. 망자가 누구인지 세상을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 세상을 떠난 날짜가 언제인지 밝히지 못하는 기도 가엾게 세상을 떠났다고만 알려진 사람들... 스님들 역시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온 마을을 다해 그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다.”(‘비밀기도’)

4·3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한 김계호 작가는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이 고통을,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암흑과 촛불로 부처님의 자비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했다.

이수진과 김계호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야만의 시대인 4·3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하여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화하였다.

전시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허운 주지스님은 “70여 년 전 4·3항쟁 당시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 서북청년단들의 탄압으로부터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로,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함께 지옥 중생을 보살피고,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금산사 일원 주지스님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와 함께 미래통합당에서도 4·3특별법 개정안 발의 움직임이 있어 시의적절한 행사로, 4·3의 진실을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발원했다.

이번 전시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와 (사)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 그리고 (사)제주4·3 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부, 제17교구본산 금산사, 제23교구 신도회,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이 후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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