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 대표

올봄 아랫집 농가를 구입하였다며 찾아온 이웃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큰 대나무가 가득자리한 집터에 정년을 맞은 부부는 년말 쯤 터를 정리하고 신축하여 이사할 예정이라 했다. 온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준 코로나사태와 두어달의 긴 장마를 견디며 주말마다 모기약 바르고 집터에 들어찬 대나무를 여름장마를 끝으로 모두 베어내던 중년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나무는 늦봄부터 8월까지 죽순이 쉼 없이 자란다. 그분들은 주말에만 구입한 집터에 오셨으니 그야말로 우후죽순(雨後竹筍)이 되었을 터이고 제거대상인 대나무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 하였을 것이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 제5수에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철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찬탄했다. 예전엔 대나무가 그릇도 되고 목재대용 건축재 등 지난시절 효자 상품 이었다. 큰 대밭 있는 집 아들은 대학학비 걱정도 아니했다 하니 지금 대나무의 홀대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지금은 도심에서 조경으로 조금 쓰이거나 일부 가공품이 특이하게 활용 될 뿐이다. 이번 태풍을 경험하며 우리집 양편에 자란 대나무가 방풍림을 하여주어 큰 덕을 보기도 하였지만 성장기에 밭과 마당으로 뻗어오는 대나무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품종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대나무북방한계선이 금강부근에서 휴전선에서도 대나무가 잘 성장한다하니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체감되는 것이다.
늘 푸른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를 보며 느끼는 감상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의 사회변동론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이론으로 “문화 지체”란 말이 있다. 우리사회의 문화가 스마트시대의 발달 속도에 차이로 발생하는 총체적인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문화뿐만 아니라 지금은 “환경지체”현상도 주위에서 자주 발생한다. 농촌에 이사 온 후로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농부들의 당황함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전에 착착 들어맞던 절기가 맞지 않으니 잘되던 작물이 실패하여 더위에 강한 품종으로 전환하는 경험, 국지성 폭우, 태풍의 형태가 변화, 봄·가을이 너무 짧아지고, 겨울에 폭설 아니면 눈을 볼 수 없는 현상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모든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간들의 욕망의 산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역시 인간이 저지른 과보임을 알고 있다. 최근 일부 리더들의 몰상식의 돌출행동들은 우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 인간들의 기득권과 욕심이 정치 경제 사회를 넘어 종교까지 넘나들며 파멸을 자초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0여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하루빨리 기후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딘더블린의 영화 지오스톰은 전 세계의 인공위성 시스템을 총합해 만든 지구 기상조절용 인공위성을 지구 기후를 조절하여 이상적인 기후를 만들지만 이상이 생겨 지구에 재난급 기상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재난 영화이다.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러한 일이 이 지구촌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내와 함께 KBS라디오 인터뷰를 듣는데 한 고등학생이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말하길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것이 40여억 원을 투자해 생태탐방로 조성사업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는 또렷한 음성에 기성어른으로서 부끄럽고 한편으론 감동을 먹었다. 요즘 속초시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영랑호 이야기이다. 거기 그대로 둬야 맞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중요한 아젠더이다. 기후변화를 잡으려면 산업구조를 확 바꾸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정치인이 아니면 이루기 힘들다. 시민의 작은 힘으로 이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너무나 큰 개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심을 두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을 만드는 유권자인 우리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혼자만이라도 생활을 바꾸려는 생각 아래 작지만 실천을 한다. 가까운 거리 걷기, 일회용 줄이기, 불법소각 금하고 분리배출하기, 육류섭취 줄이고 주변 채소 섭취하기..등 혼자 해봐야 아무소용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이번 기후위기 핵심은 인류가 소비를 줄이는 생활 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는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만들고 소비하고 있다. 늘푸른 대나무가 불편을 주는 시대가 왔다고 알아차리며 공존하는 길은 특성을 이해하는 길이다. 대나무는 뿌리가 지표에 깊이 내리지 않고 넓게 뻗어 수십 수백 개의 순을 올리고 성장하기에 자라는 땅 높이를 조절하여 관리하듯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환경지체를 극복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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