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철원은 경남 함양이 고향이다.

그 곳에서 태어났지만 전주대를 졸업하고 전북대 국문학과 문학박사를 마쳤다.

전주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하는 그는 2013년 <왕의 초상>으로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한다.

이후 제8회 불꽃문학상(2016), 제12회 혼불학술상(2017), 제9회 혼불문학상(2019)을 잇달아 수상한다.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후의 만찬>은 2020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 선정되기도 했다.

새로 펴낸 창작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바른북스)은 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발표되거나 미발표 단편소설 8편을 묶은 책이다.

각 단편소설마다 ‘함양’이라는 공간적 설정을 통해 현실적·실제적 사건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설집 내부의 ‘이중성’은,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하는 인간의 삶을 둘러싼 이질화된 공간성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의미한다. 눈에 드러나는 외부 혹은 물질세계의 공간을 넘어 소설의 실제 공간으로서 개별 소설들이 갖는 공간적 정체성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출판사 책 소개)

이런 특징은 ‘누에의 꿈’에서 잘 나타난다.

한때 황해도 금천에 은거 했고 안의현감으로 백성을 돌봤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누오’와의 끈끈한 스토리가 함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연암 박지원과 함양 천령산 기슭에서 살다 온 아이 ‘누오’와의 만남은 세상의 맛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작이다.

사람 사는 세상의 맛과 음식의 맛은 어떤 차이일까?

박지원과 연암의 잔잔한 애정에서 느끼는 맛과 누오가 박지원을 위해 마련한 ‘설하멱’과 ‘사리장’의 맛 차이는 구분이 가능한 것인지 묻는다.

여기에 당시의 정치체계와 민중의 삶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소설의 재미를 탄탄하게 해준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1978년 함양에서 살았던 국민학교 5학년 남자 아이의 기억이다.

아버지의 술주정, 어머니의 한숨 섞인 칼국수, 병국이의 발차기와 희철이의 뻐꾸기 소리, 어느 소녀의 판소리 구절과 은정이 누나의 갈색 캔버스.

‘거역할 수 없는 용기와 미움마저 강요할 수 없었던 어린 날의 짓무른 자국들, 몰락과도 같아서 오히려 내 가슴을 떠난본 적이 없는 가엾은 것들. 타임머신을 발명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1978년 봄과 가을 사이’ 이야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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