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엽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즉,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은 82.7세이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가의 평균 수치인 80.7세보다 높은 상위권에 속하고,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감소하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연합(UN)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20% 이상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가 되었고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이렇게 단기간 안에 고령사회의 단계가 진행되는 것은 일본보다도 10년 더 짧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추세라 한다.
   이러한 사회상을 반영하듯이 건강한 삶과 노후 준비를 위한 웰빙(well-being)과 항노화(anti-aging)가 주요 화두이다. ‘건강한 삶’이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되지 않고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주체로서 다른 구성원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 경제적 주체로서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 건강성 등도 중요하며, 여러 측면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생물학적 측면의 건강은 가장 근본적인 건강의 요소로서, 노화는 이를 위협하는 다양한 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소이다. 앞서 제시한 통계 자료를 추가로 살펴보면 높은 기대수명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 즉 ‘건강수명’의 경우 64.4세에 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 및 실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노화와 관련된 질환의 극복이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함을 시사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사태만을 보더라도 노화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의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중 70대 이상 노인층의 수가 국내 코로나19 전체 사망자의 77.4%를 차지하며, 고령화될수록 치명률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다양한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시 중증으로의 이행 가능성이 큰 것인데, 그뿐만 아니라 노화는 다양한 기저질환의 위험성 또한 높인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각각 1, 2위를 차지하는 암과 심장질환의 경우 노화가 중요한 위험요소 중의 하나이며, 치매와 같은 뇌질환과 지방간 및 당뇨를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의 유병률도 나이가 따라 증가한다.
   노화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개체 및 이를 구성하는 세포, 분자 수준에서 ‘노화’란 무엇인지의 특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제시되었다.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인 DNA의 손상, DNA를 보호하고 세포시계의 역할을 하는 염색체 말단 영역인 텔로미어(telomere)의 감소,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공장의 기능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등이 노화의 중요한 지표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화 현상을 늦추는 비결은 의외로 평범한 데에 있을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핵심적인 전략에 속하는 것이 바로 식이조절 및 생활습관의 개선, 그리고 운동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 대사성 증후군에 미치는 보호 효과, 노화로 인한 골격근 손실과 대사 질환의 밀접한 연관성 등에 대해 임상 보고들이 있고, 과학적 증거를 모으고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즉 궁극적으로는 식이조절 및 운동으로 인한 유익한 효과가 나타나는 분자 메커니즘을 자세히 이해한 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 연구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A. 싱클레어의 최근 저서 ‘노화의 종말’에 제시된 서투인(sirtuin) 분자도 그 예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고령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 및 제도적인 접근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노력, 사회적 노후보장 정책 수립과 더불어 기초 및 응용과학 연구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역시 절실하다. 필자가 속해있는 전북대학교 약학대학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대표적인 노화 질환인 치매와 같은 뇌질환, 대사성 질환 및 염증성 질환에 효능을 갖는 고부가가치 첨단 식의약소재의 산업화 기술 개발을 위한 과제에 선정된 바 있다. 앞으로 이를 통하여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조금이나마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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