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가보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추석을 일주일 앞둔 23일. 전주지역 전통시장들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썰렁했던 지난주와 달리 작게나마 명절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차츰 늘어나고 있으면서다.
이날 오전 찾은 전주 모래내시장. 시장 뒤편에 위치한 주차장은 10시 무렵부터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주차장에 들어서지 못하는 서너 대가 입구 앞쪽으로 늘어섰다.

“이제 명절이니까 그렇지. 이것도 적은 거야. 원래는 저 시장 반대편 입구까지 줄서서 기다리는데. 주말되면 더 늘어날 걸”이라는 주차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좁은 골목 안쪽 가게들의 경우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주요 시장거리에 있는 가게들은 제법 분주한 모습이었다. 손님들은 생각 외로 붐비는 골목을 보고 ‘벌써 사람이 꽤 많네’ 하고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까만 비닐봉지가 두어 개 씩은 들려있었다.
이날 만난 한 상인은 “아직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면서도 “알음알음 전주에 있는 가족끼리라도 추석을 지내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곧 다가올 김장철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곳곳 배추나 새우젓 따위를 파는 가게들 앞으로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10여분 넘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던 한 손님은 “아무리 안 만난대도 한 집 사는 가족끼리는 맛있는 것이라도 해먹어야지 않겠느냐”며 분위기를 대변했다.

전주 신중앙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 단위로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손에 묵직한 배추꾸러미나 장바구니 따위를 들고 걸음을 바삐 했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기다리는 것도 기꺼이 감수했다.
방문객 수가 늘어난 것을 가장 먼저 실감하고 있는 것은 시장 어귀마다 위치한 주차장이다.

장소는 저마다 달랐지만 명절이 가까워 올수록 주차장 자리들이 가득 차 만차가 되는 일도 잦다는 게 주차 관리원의 귀띔이다.

상인들은 추석 때 귀성객이 줄어들며 ‘예년보다 찾는 사람들이 적을 듯 해 걱정’이라면서도 한편으로 다가오는 주말 손님들의 방문을 기대했다.

이날 만난 남부시장 한 상인은 “코로나 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한다는 사람들이 많아 명절 분위기를 걱정했었다”면서도 “그래도 조금씩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불행중 다행”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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