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0살, 8살 형제가 둘만 남겨진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화상을 입은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이로 인해 '아동방임' 문제와 '코로나19로 생긴 돌봄 공백'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전날에도 집을 비웠던 두 형제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2년 넘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형제를 보호시설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법원은 격리 대신 엄마와 아이들에게 치료와 상담 처분을 내렸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최대한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결정한 것인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치료는 이뤄지지 못했다.
여러 기관이 방임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도 정부의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고를 막지 못한 것도 문제다. 특히 요즘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일부 아이들이 집에 홀로 있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아동학대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두 아이도 정부의 아동복지 지원 사업 대상이었지만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부모가 원치 않으면 학교가 운영하는 돌봄 교실에 보내라고 강제할 수도 없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아동을 보호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이달 22일부터 한 달 동안 정부 지원 사업 대상인 취약계층 아동 약 7만 명을 조사해 돌봄 구멍이 난 곳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화재 예방 교육도 진행하고, 긴급 돌봄 서비스도 확대한다고 한다. 또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아동학대 처벌 강화 전담팀'을 꾸려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처벌을 강화해 방임된 아동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뒷북을 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없도록 꼼꼼하게 정책을 추진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참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호받지 못해 신음하고 있는 어린이나, 노인, 취약계층이 있는지 살펴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의식주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해 나라의 든든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를 막았으면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회 곳곳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아도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이들을 다시 한 번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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