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전북도가 전주시 산하기관인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광역·통합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물 건너갔다.

도는 당초 진흥원 통합에 관심을 보이며 이관 검토를 추진했지만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며 태도를 바꿨다.

지역 소프트웨어 발전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며 광역화 추진이 이뤄졌던 터라 전북도의 ‘아님 말고 식’의 태도에 전주시와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도의 이같은 태도가 지자체 간 갈등만 불러일으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 “절차 복잡하고, 시간·예산 부담도 커”
오는 12월 10일 ‘소프트웨어 진흥법’이 시행되면 시도별 1곳씩 광역거점 소프트웨어 진흥기관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거점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권역 기관이 존재해야 하는데, 도내 소프트웨어 기관은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1곳 뿐 이다.

이에 도는 법이 시행되기 전 권역 기관을 만들어 광역거점 지정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역에서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켜온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권역기관 설립을 검토한 것이다.

실제 진흥원은 ICT(정보통신),SW(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해 도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광역화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는 광역화 검토를 진행하던 중 출연기관 주체를 바꾸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 및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판단돼 결국 광역화 추진을 중단하게 됐다.

도 관계자는 “당초에는 출연기관의 주체만 변경하면 된다고 보고 광역화 검토를 진행했는데, 주체기관 변경도 도 출연기관 설립 절차와 동일하다는 행안부 의견이 있었다”며 “그럴 경우 용역부터 조례제정, 의회 승인까지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결릴 것으로 판단돼 법 시행 전까지 권역 기관 설립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인력승계에 대한 부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도는 15~20명 남짓의 인력이 필요한데, 진흥원 직원은 60명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인력 모두를 도가 안고 가기에는 재정상 부담도 크고, 훗날 조직관리의 효율성도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도는 일의 효율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 출연기관 내 부설기관을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전북테크노파크에서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차라리 테크노파크의 부설기관 형태로 센터를 설립하려고 준비중이다”며 “테크노파크가 차츰 조직력을 갖추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주시 “20년간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 끌고 왔는데…의욕 잃어”
전북도와 전주시는 ICT(정보통신기술), SW(소프트웨어) 산업 육성과 관련한 국가 공모 사업의 참여 확대와 전문적인 수행을 위한 광역진흥원의 필요성에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더불어 17개 시·도 가운데 전북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15개 시·도에는 광역시도가 출연한 광역진흥원이 설립된 상태여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광역화 추진은 탄력을 받았다.

특히 전주시에만 분포되어 있는 ICT, SW기업이 아닌 13개 시·군에 관련 기업이 분포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으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도 한 몫했다.

그러나 일반직과 계약직의 인력승계 문제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통합 논의가 흔들렸고, 도는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광역화 추진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가 전주시에 보인 태도다.

지난달 24일 이관 논의를 위해 해당과 과장이 전주시를 직접 방문, “잘해보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몇 주 사이에 ‘없던 일’이 됐고, 도는 전주시에 통합 중단 이유를 제대로 고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합·광역화 논의가 진행되던 시점에도 관련 회의는 한 차례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유선으로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가 광역화 추진에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법 시행을 앞두고 도와 시가 지역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도의 일방적인 이관 파기로 사기가 저하됐다”며 “진흥원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주시가 20년 넘게 관련 산업 육성에 힘써왔기 때문에 인프라도 시에 90% 집중되어 있다”며 “도가 따로 기관을 설립해 IT, SW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게 일의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얼마나 효과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ICT·SW 산업을 전담하는 조직이 부재해 관련 노하우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테크노파크의 부설기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도 관계자는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축적해 온 노하우는 지역 ICT, SW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함께 협업하고 협력해서 관련 산업을 육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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