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피격되기 전인 이달 초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담은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만으로,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소통의 끈은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지난 9월8일과 12일에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내용의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과 그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친서에서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특히 “사람의 목숨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할 가장 근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신으로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친서 공개를 지시한 것은 서해 피격 사건 전에 남북 정상간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음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격 사건 열흘 전까지도 남북 정상이 친서를 통해 신뢰를 유지했던 만큼, 이번 사건이 예기치 못한 우발적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한 것은 코로나19를 매개로 남북정상이 관계회복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피격사건과 관련 남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과했다. 남북관계의 파국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위한 특사 파견이나 친서 등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찾아 한미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이뤄진 방미였던 만큼 한미동맹 등 현안과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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