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장

연일 국정감사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도의원으로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어, 사안마다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군산 개야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사안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권단체와 국가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2.6시간, 월 평균 377.9시간 이었지만, 평균 휴식시간은 하루 0.7시간 월 평균 0.1일이었다. 월 평균 노동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약 325만원을 받아야 했지만, 이들은 평균 약 189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더욱이 임금을 체불없이 모두 받았다고 답을 한 조사대상자는 30%에 불과했고, 나머지 70%는 몇 달씩 밀리거나 적게 받거나 아니면 아예 받지도 못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싶지만,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여권, 통장, 도장을 맡아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뭍에나 나가야 은행이라도 가볼 테지만, 배표를 끊는 매표소에서조차 고용주가 출도를 승인해야만 배를 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기에 언감생심 확인해 볼 생각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권침해 실태였다. 조사대상자 중 73%가 욕설과 폭언을 겪었고, 하루종일 일하는데 식사를 제대로 안주는 경우도 100%에 달했다. 폭행을 당한 경우도 14%에 달했다고 하는데,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하소연할 곳도, 할 수도 없는 이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만으도 가슴이 아프다.
일각에서는 이주노동자가 또다시 같은 사업장에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선 일들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고용허가 기간이 종료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같은 사업장을 선택해야만 하는 제도상 허점이 노출된 것뿐이다. 이마저도 향후 고용노동부 등의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도내에서 이주노동자 인권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고용주의 인권감수성을 높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도내 농어업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없어서는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재발방지는 물론이고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전북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선배들이 세계 각지로 이주노동자가 되어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처참히 살아왔다는 역사적 사실만을 상기하더라도 역지사지의 인권감수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K-방역으로 국격이 높아가고 국내 처음으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할지도 모르는 시점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심각한 국격손실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방역물품 지원은 제대로 되었을까 하는 마음 한 켠의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도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개선이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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