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권주 전주시 완산구청장

전주동물원과 도서관, 문화시설, 실내체육시설, 아동·여성시설, 자연생태관 등이 14일부터 다시 시민들에게 순차적으로 개방된다. 8.15 광복절 연휴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사회복지관과 장애인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경노당 등의 경우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장애인 등의 여건을 감안해 19일부터 개방될 예정이다. 여전히 산발적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고, 장기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민생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데 따른 결정이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이 날 조짐이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여덟 살 초등학생들도, 갓 스무 살이 된 대학 새내기들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동네에서 음식을 파는 소상공인들도, 단체 여행객을 실어 나르던 전세버스 기사들도, 관광지에서 한복을 대여하거나 먹거리·수공예품을 팔던 상인들 모두가 울상이다. 고객들로 장사진을 치던 대형 음식점마저 문을 닫고, 어린아이들로 북적이던 키즈카페도 자취를 감춘다. 이처럼 예년보다 힘겹지 않은 날들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계절은 언제나처럼 완연한 가을의 문턱을 넘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실내·외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코로나19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수칙을 지키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가기를 꿈꾸고 있지만 그러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분간 안전한 거리두기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다는 것은 나의 안전과 건강을 완벽히 보장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1단계 완화에도 불구하고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에 대한 집합금지가 유지되고, 클럽과 콜라텍, 단란주점, 등 5종의 유흥시설에 대해서는 4㎡당 1명으로 이용인원을 제한하는 강화된 수칙이 추가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가장 큰 저력이 있다. 바로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고 방역에 적극 협조해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다. 전주시민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슬기롭게 코로나19에 대처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에서도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 사회연대를 보여준 전주시민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덧 전주에는 가을이 찾아오면서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고, 은행나무는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이 나무는 곧 모든 잎을 내려놓고 겨울잠에 들 채비에 들어간다. 들불처럼 번졌던 코로나19도 시민들의 생활 속 거리두기의 효과로 점차 사그라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마스크를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친구와 만나 정을 나누고, 재채기를 하거나 침 튀기며 논쟁을 벌여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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