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요즘 길을 걷다보면 어디서나 카페를 볼 수 있듯이 커피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저 커피의 향을 음미하는데 만족해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 잔의 커피에도 속이쓰리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밤잠을 자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커피를 늘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이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커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고 그 양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이렇듯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에 대한 민감한 정도가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질병 치료를 위한 대부분의 약물 역시 앞서 말한 카페인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똑같은 약물 치료를 받더라도 약효의 정도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같은 종류의 암이 발생한 환자들이 동일한 약물치료를 받더라도 그 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부작용 역시 환자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때로는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마다 각자 갖고 있는 유전형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제약으로 환자의 모든 유전형질을 분석할 수 없었기에 그동안 환자와 가족의 병력, 환경의 차이 등을 고려한 치료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치료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환자마다 달라지는 의약품의 효율차이와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방법인 ‘맞춤형 의료’가 꾸준히 요구되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분야의 첨단과학기술이 서로 융합 발전하였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와 관련된 융합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면서 그동안 기술적인 문제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환자 맞춤형 의료의 시대가 앞당겨 졌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개발은 무려 13년간(1990년~2003년) 38억불의 예산을 사용하여 완성했던 인간의 유전체 해독을 불과 며칠 만에 끝낼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기술이며 이와 더불어 생물정보학의 발달은 엄청난 양의 해독된 염기서열 정보들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3세대 기술에 의해 인간 유전체의 분석시간이 하루가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의약산업과 연계된 유전체학, 단백체학, 대사체학 등의 여러 오믹스 (Omics)가 융합된 생명과학기술의 빠르게 발전하여 질병의 원인이 분자수준에서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과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환자 맞춤형 의료가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맞춤형 의료는 유전정보와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이용한 진단 및 질병예측, 특정질병의 표적치료, 맞춤형 의약품,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기존의 획일적인 의료 방법에 비해 적용범위가 상당히 넓다. 따라서 맞춤형 의료가 완전히 실용화 된다면 환자에 맞는 최적의 의약품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며 부작용에 의한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고 신약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유전정보를 통해 발병위험이나 예후, 질병의 재발 가능성 등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등 질병 진단 및 치료에서 예방까지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병원에서는 대량의 환자 유전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가 시도되고 있고 항체치료제나 CAR-T 세포치료제와 같은 바이오의약품이 기존의 약물과 함께 사용되어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르지만 위험성을 완벽히 해결한다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직접 교정하는 유전자치료도 머지않아 실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맞춤형 의료시장은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맞춤형 치료제개발에 대한 정부지원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다국적 대형 제약회사의 맞춤형 신약개발 비중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맞춰 국내에서도 정부투자를 중심으로 의·약학, 생명과학, 컴퓨터공학 등의 다양한 과학기술이 융합되어 맞춤형 치료제 개발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학계와 제약 및 생명과학회사들의 산학 협력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맞춤형 의료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진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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