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감추고 싶은 현실들을 들춰내며 현재의 시간을 보여주는 작가 김판묵.

그는 이제 “앞으로 우리는 전보다 더 두터운 가면을 쓴 채 서로를 마주하며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한다.

김판묵의 9번째 개인전 ‘어긋난 데칼코마니’가 28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실에서 열린다.

방독면이라는 상징을 통해 세상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던 그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현대인의 방황하는 자아를 주목했고 이제는 더 깊게 벌어진 듯한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그는 알아보기 힘든 표정에 내재된 감정들은 점점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멍을 내고 깊은 골을 만들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경계와 마주한 현재, 오묘한 기류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내가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어긋남.’ 이렇듯 변화하는 현실에서 발생한 무수한 ‘어긋남’은 불균형을 야기하는 공간인 ‘검은 구멍’을 통해 무한한 가상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마치 거울과 같이 현실을 투영하여 닮아있지만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기에, 더더욱 뒤틀리기 쉬운 불안요소들로 가득 찬 그 곳은 마치 ‘어긋난 데칼코마니’와도 같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공간의 경계에서 우리는 방관과 침묵을 유지한 채 그저 서있을 뿐이다.”

군산대학교에서 한국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부 현대미술전공을 졸업했다. 우진 청년작가 선정(2012),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청년공동체 프로그램 작가 선정(2018), 교동미술관 제7회 젊은 미술전–이 작가를 주목하라 선정(2018), 제5회 군산미술상 수상(2019).
/이병재기자·kanadasa@
12-김판묵 Between 116.8x80.3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0
12-김판묵 Infinte chaos 116.8x91cm 장지에 수묵채색 20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