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 ‘향’을 달리 해석하면 이런 로컬리티가 남아 있는 곳이다. 태어났던 곳이 아니더라도 로컬리티가 살아 있는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뜻을 귀향이 담고 있다. 그래서 귀향 디자인은 농촌과 도시를 구별하지 않는다. 로컬리티가 남아 있다면, 로컬리티에 기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면 대도시의 골목길에서, 아파트 단지에서도 귀향은 가능하다.”(<이제, 시골> 23페이지 일부)

2001년 주식회사 ‘이장’을 세워 주목을 받은 임경수가 ‘퍼머컬처로 귀향을 디자인하다’를 부제로 <이제, 시골>(소일)을 펴냈다.

마을만들기, 마을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2010년 완주군으로 이사하면서 사회적기업 '이장'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1년에 퍼머컬처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맡아 일했다. 2020년 현재는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새롭게 설립,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임경수가 지은이지만 그를 비롯해 두 사람이 힘을 합쳤다. 수년간 시골살이를 하면서 준비했던 편집자(최세연)와 디자이너(이현경)가 귀촌하여 출판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글을 내준 것이다.

<이제, 시골>은 팬데믹 시대의 도래로 복작한 도시를 떠나 지역생활에 눈을 돌리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귀농귀촌생활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귀농과 귀촌의 차이는 사실상 애매하다며 ‘귀향(歸鄕)’이라는 단어를 소환, 자신에게 맞는 귀향 디자인을 하도록 권유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반농반X의 ‘농’을 디자인하고, ‘X’를 디자인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귀향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퍼머컬처(지속가능한 농촌생활 체계)의 원리를 익히도록 한다.

책 속에 소개된 많은 관련 사례를 접하면서 지역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읽어내는 건 또 다른 재미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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