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지난 10월 23일 복원된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전주정신 “꽃심” 선포 4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를 열었다. 올해부터는 전주정신 선포 기념식을 전주시민의 날과 별도로 열게 되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거르지 않고 기념식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주정신 학술대회는 작년에 이어 전주정신 꽃심과 대동ㆍ풍류ㆍ올곧음ㆍ창신의 논리를 보다 심화시켜 탄탄하게 하고, 이런 전주정신의 개념과 정의를 분명히 하며, 이를 통해 전주정신을 전주시민들에게 널리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작년에는 역사적 인물 속에서 전주정신을 찾아보았고, 올해는 역사적 사건을 택해 전주정신을 살펴보았다.  
‘정신’이란 사고와 감정, 의지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도 공유하는 정신이 있다. 호남의 정신, 한국정신, 민족정신, 시대정신 등이 그 예다. 지역적으로 호남사람들은 다른 지역민들과는 구별되는 사고방식이, 국가적으로 한국인은 타국인들과는 다른 심성이 있다.
전주에도 전주의 정신이 있다. 전주정신은 특정한 개인, 일부의 위인들이 지닌 정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전주사람들이 지향하는 정신이다. 개별적으로 이상적 인성 또는 문화적 주체성에 따라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집단 속에 내재된 공유 가치가 있다. 전주사람들에게는 공유된 가치 지향점이 있다.
지방화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정신과 지역정체성이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국가가 아닌 지역이 삶의 주체가 되고 중심이 되면서 지역의 고유정신과 정체성은 지역민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함양하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하여 결속력을 높이며, 지역브랜드가치를 높여 지역경쟁력을 키우는 관건이 되고 있다. 전주정신을 찾아 정립하고 확산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전주는 각 분야별 전공자로 구성된 전주정신정립위원회에서 대동ㆍ풍류ㆍ올곧음ㆍ창신을 전주의 4대 정신으로 꼽았고, 이를 아우르는 전주의 대표정신으로 꽃심을 선정하였다. 그리하여 2016년 6월 9일 전주시민의 날에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전주정신 “꽃심”을 선포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꽃심에 동의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이제 꽃심의 정신을 보완하고 키워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이때 중시되어야 할 것이 전주정신 꽃심의 확산이다. 꽃심의 정신이 전주시민들의 가슴에 자리해야 하고, 타지역민들에게까지 확산되어져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고 미진한 점이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진행하면서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전주정신 꽃심은 들어보았어도 꽃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꽃심을 알릴 때 그 뜻에 대한 간결한 설명이 필요하다. 꽃심은 대동ㆍ풍류ㆍ올곧음ㆍ창신의 정신으로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창출해가는 정신이다.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해서 알려야 한다. 더 함축하면 전주정신 꽃심은 곧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힘이다.
꽃심이 약한 느낌이 든다는 오해도 문제이다. 꽃심 홍보에 쓰이는 이미지가 꽃으로 표현되어 야기된 오해이다. 꽃심은 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어가는 웅지(雄志)이다. 여기에 걸맞게 힘있는 이미지를 써야 한다.
꽃심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써야 하지만, 우선은 삼한통일을 꿈꾼 후백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관민협치의 새장을 열어간 동학혁명 등을 이미지화 해서 써도 된다. “꽃심” 글씨도 그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글씨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완판본 글씨체도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주정신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자를 발간해야 한다. 연구자가 쓰고, 작가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쓰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그래서 에니메이션 책자도 만들어 일선 학교나 공공장소 등에 배포하면 확산의 폭일 커질 것이다.
전주정신을 타지역들 보다 앞서 정립한 것이 전주다움이다. 전주정신을 정립했다는 것이 전주답다는 것이다. 전주는 앞서가는 곳이고 그것이 꽃심이다. 전라감영이 복원되어 전라도의 수부로서 전주 천년의 역사가 되살아났듯이 전주정신 꽃심이 전주의 미래 천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