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호남지역 국가예산 확보에 힘을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7일 호남권 예산 정책협의회를 통해서다.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정부 예산안 증액심사에서 호남이 필요로 하는 예산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책협의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호남에 다가가려 하는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의미다. 오늘은 이와 별도로 지도부가 전북을 찾아 14개 시장·군수들과 별도의 정책 협의회도 가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적극적인 호남 껴안기 행보다. 국민의 힘은 21대 총선에서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싸늘했던 호남 민심에 대해 집권하겠다는 정당이 특정지역을 포기한 것은 잘못됐다는 반성과 함께 마음을 열고 곁을 내달라며 지난 9월 23일 ‘호남동행’을 선언했다. ‘친호남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호남에 제2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작했고 지난여름 수해 때에도 호남에 내려와 피해복구에 동참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용서를 구한다며 무릎을 꿇는 등 분명 드러난 모습은 큰 변화로 다가온다. 
영남에 기반을 뒀다는 이유로 호남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 국민의 힘이 보여준 호남공략 행보는 분명 과거와 다르기기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이어서 치러질 대선과정에서의 호남민심에 보다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 바탕에 없을 수는 없다. 호남 민심이 수도권 호남표심과 같이 간다는 점은 이미 많은 선거를 통해 확인됐기에 이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라는 부정적 시각이 그것이다. 호남동행에 당내 일부에서 ‘비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소식 역시 분명한 찬물이다. 호남을 향해 내민 손에서 신뢰와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국가예산이 급하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국회차원의 협조가 절실한 현안들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입해선 안 된다. 유불리를 따져 또다시 호남을 배제한다면 지금의 노력은 오히려 더 큰 독이 될 뿐이다. 정치행위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열리기 시작한 호남의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기는 우를 범하지 않았음 한다. 호남은 마음을 열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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