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 전기안전공사

홈페이지를 열어보았다. 응시했던 공모전 발표 공고가 눈에 보였다. 과연 선정이 됐을까? 떨어져도 아쉬움을 가지지 말자며 위안을 하고 첨부 문서를 열었다. 빼곡히 리스트가 적혀 있다. 하나씩 확인을 시작했다. 첫 장에는 내 이름이 없다. 모든 리스트를 확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애써 의연한 척을 해보지만,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 장을 넘기려니 마우스에 달린 조그만 스크롤 휠조차 무겁게 느껴진다. 평상시 잘 굴러가던 휠이 오늘따라 툭툭 끊긴다. 마우스가 고장 난 것은 아니다. 원치 않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 마음이 손을 움직이지 않도록 한 것이 분명하다.
 어렵사리 손끝에 힘을 주고 넘긴 두 번째 장에도 내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와중에도 어쩌면 다음 페이지에 내 이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자꾸만 가져보게 된다. 희망의 끈을 놓으면 속이나 편하련만 보일 듯 말 듯 한 희망의 끝자락은 마치 고문처럼 느껴진다.
 눈을 부릅뜨고 내용을 훑어가다 시선이 멈추었다. 3페이지 중간쯤에 내 이름이 보였다. 150명의 명단 중에 내 이름과 기록이 있었다. ‘개인수상 27건, 위촉 29건, 최다 개인수상 및 위촉’, ‘2020 완주기네스 재발견’ 공모전에 내 기록이 등재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기네스북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양조회사 기네스에서 1955년에 처음 발행한 책인데, 그 후 다양한 분야의 세계 최고 기록들을 등재하고 있다. 기네스 사장인 휴 비버가 사냥을 나갔다가 가장 빠른 사냥용 새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고 이후 진귀한 현상들에 대해 공식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하면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네스 기록에 관심을 가진다. 세계 기네스, 우리나라 기네스 기록도 있다. 기네스 기록을 보면 대단한 기록이라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이다. 보통 사람들은 기네스 기록을 신기해하기만 하고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한다.
 기네스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네스 사무소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네스 한국사무소는 폐쇄된 지 오래되어 인증신청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완주군이 개청 85주년을 기념하여 기네스 공모전을 개최했다. 최고, 최초, 최대, 최장, 최소 등 완주군의 기록을 모은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완주군 기네스에 도전했다. 어떤 내용으로 응모를 하면 좋을지 서재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정리하며 고민하다 ‘최다 개인수상 및 위촉’이라는 타이틀로 자료를 보냈다.
 이 기록의 대부분은 최근 3년간 달성한 것이다.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정부기관으로부터 위촉을 받게 된 것은 내 딸아이의 출생과 관련이 있다. 아이가 본받을 만한 멋진 아빠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을 많이 탄다고 멋진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집에 전시해놓으면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하나 두 개씩 모으던 상장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2018년도 한해에는 12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어느새 공모전 응모와 정부기관 위원 활동은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번 완주군 기네스 기록 선정은 개인으로선 무한한 영광임과 동시에 끊임없는 자기개발의 인증이기도 하다. 평소에 회사와 집만 오가던 단순한 일상에 공모전 도전과 각종 위원활동은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던져주었다.
 우물 안에서 눈에 보이는 주변의 것들만 바라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사람들을 접하며 우물 밖의 넓은 세상을 알아가게 됐다. 그동안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이 바깥에선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집착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3년간 소소한 도전을 펼쳐보며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얻게 되었다. 기네스라는 진귀한 소득을 얻은 것도 큰일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도전의 길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경험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기대가 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