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벌써 빨간불 다 됐네……”.

전주시내 위치한 일부 횡단보도 신호등의 보행 가능시간이 짧아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0일 찾은 전주시 효자동 한 횡단보도. 조그만 꾸러미를 든 최모 할머니(80대)는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신호등 아래 섰다. 아픈 다리를 두드리던 최 할머니는 앞으로 쭉 뻗은 왕복 8차선 도로를 씽씽 달리던 차들이 멈추고, 파란 불이 켜지자마자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 할머니의 걸음으로는 30초가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도로를 전부 건널 수 없었다. 결국 빨간 불이 켜지고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최 할머니는 겨우 반대편 도로에 도착했다.

최 할머니는 “여기서 버스를 타야하는데 한 번도 시간 내 길을 다 건너본 적이 없다”며 “이번에는 다행히 빵빵거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가끔 느린 걸음 탓을 하듯 큰 소리가 나면 가슴이 덜컹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초시계를 이용해 해당 건널목의 보행 신호시간을 측정해본 결과 약 27초가량이었다.

인근 주민은 “젊은 사람이 건너도 가끔은 빠듯할 때가 있는데 어르신들은 신호등이 켜지자마자 건너도 느리게 도착하시는 경우가 있다”며 “차들이 기다려주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횡단보도 신호등의 보행시간은 초기 진입시간 4~7초에 일반 도로는 도로 폭을 1㎧로 나눈 수치를, 어린이·노인보호구역이나 시장 등 노인 보행이 잦은 지역의 경우 도로 폭을 0.8㎧로 나눈 수치를 더해 결정된다. 폭이 10m인 일반 도로의 경우 일반인이 1초에 1m를 간다고 가정하고, 이렇게 산출한 10초에 진입시간 4~7초를 더해 14초에서 17초 내외로 보행시간을 결정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기존 보행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보행 속도를 0.7㎧로 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거의 확정되어가는 단계”라며 “신고가 들어오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이 있을 경우 점검과 내부 논의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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