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일단 사람들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닌 것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간의 교역이 중단되면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이 줄어들었고 제조업이 가동을 멈추게 되었다. 그 덕분에 공기가 청정해지고 물이 맑아져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화석연료로 지탱해 오던 에너지산업은 재생에너지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던 많은 국가들이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던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온라인 노동과 비대면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종교지도자들도 온라인으로 설교나 법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비접촉 또는 비대면(untact) 시대에 살고 있다. 언택트시대는 IT 기업들이 부를 독점함으로써 빈부격차가 커지는 등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노동시간과 장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일과 삶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불평등과 계급이 나타나고 있다. ‘잊혀진 사람들’은 미국의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쓴 용어이다. 이 글에서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불평등을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4가지 계급을 언급했다.
첫 번째 계급은 The Remotes로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이다. 미국 노동자의 35%에 해당한다. 이들은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할 수 있고, 화상회의를 하거나 전자문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임금도 이전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위기를 잘 견딜 수 있는 계급이다.
두 번째 계급은 The Essentials로 ‘필수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 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농장 노동자, 식품 배달업자, 창고·운수업계 종사자,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염려는 없지만 대면 접촉이 많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필수 노동자들은 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 번째 계급은 The Unpaid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을 닫은 소매점·식당 종업원과 국가간 교역이 단절되면서 가동을 멈춘 제조업체 직원들 등이다. 이들은 반강제적으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다. 미국의 경우 47%의 노동자들만 석 달치 생활비를 비축했다는 조사결과가 있어, 나머지 53%의 노동자는 임금을 받지 못하면 생활이 어렵다.
네 번째 계급이 The Forgotten으로 ‘잊혀진 사람들’이다. 교도소나 이민자 수용소, 이주노동자 기숙사, 노숙인 시설, 요양원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임금도 적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도 어려워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사람들이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첫 번째 계급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 계급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기 어렵다, 특히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과 잊혀진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기본소득과 Unpaid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정규직이라든가,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관심사이지만 환경문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사회 문제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회용기와 포장재 등 생활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편리함과 맞바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분리 배출되지 않은 재활용 폐기물도 급증하였고 재활용품 선별 후 발생한 잔재물 쓰레기양도 증가하였다. 잔재물 쓰레기의 절반 이상은 비닐류였다. 코로나19가 손과 비말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일회용 장갑 사용량이 많이 는 것이 원인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일회용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를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에 관대하거나 무관심한 소비행태와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유통업계와 기업들은 포장재 감축에 동참하는 등 환경 보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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