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지정기념물 제9호 남원 교룡산성 발굴조사에서 양호한 상태의 북문지와 집수시설이 다수 확인됐다.

북문지 주변 집수시설의 경우 가로 12.5m, 세로 10.8m로 전북 최대 규모며, 집수시설 내부에서는 방망이 등 당시의 농공구를 알 수 있는 자료도 출토됐다.

남원시가 26일 교룡산성 발굴조사 성과보고회를 열고 그동안의 발굴성과를 공개했다.

교룡산성은 적의 접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방어적 차원에서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러한 사실이 문헌기록이나 고고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에 남원시는 교룡산성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밝히기 위해 발굴조사 및 정비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교룡산성 북문지에서 옹성과 1칸의 문루가 있는 개거식의 조선시대 문지가 발견됐으며, 문지 아래 50cm 지점에서는 고려시대 부석시설, 문지 아래 80cm 지점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통로부, 방형주혈 문확석, 계단시설 등이 확인됐다.

특히 북문지 주변에서는 석축으로 축조된 장방형의 집수시설이 확인됐고, 성벽 조사를 통해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까지 2차례에 걸친 개축 흔적이 발견됐다.

그동안 주민들의 전언과 지표수습된 철촉을 통해 군기고터로 추정됐던 곳의 발굴조사를 통해서는 조선시대 군기고터 관련시설이 아니라 통일신라~고려시대 초 건물지 3동과 집수시설을 확인했다.

건물지는 정면 6칸, 측면 3칸으로 초석, 기단, 인방시설, 대규모 와적시설이 확인됐으며, 명문이 있는 기와와 토기류, 자기류 등이 출토됐다. 건물지에 난방 취사 시설은 없었으나 생활용기가 소량 출토되고 ‘南原’, ‘官’이 찍혀 있는 명문와 등이 나와 관청과 관련된 특수 건물지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집수실은 통일신라~조선시대까지 사용된 후 자연 폐기됐으며, 주변지역으로 관련시설이 확장되는 양상도 보였다.

또 출토유물에서 백제 기와 제작기술에서 보이는 와도, 승석, 평면 형태가 확인돼 삼국시대 건물의 존재 가능성과 함께 통일신라시기 남원소경의 배후산성으로 중요하게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환주 시장은 “교룡산성은 주변에 위치한 산성들을 통제하는 거점성의 역할을 했던 중요한 유적이지만 그동안 역사적·학술적으로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며 “이번 북문지와 군기고터 주변 조사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앞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