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밤거리가 멈춰 섰다. 반짝이던 레온사인은 없어졌고, 고객의 발길을 붙잡던 형형색색의 입간판도 꺼졌다. 한 시민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며 귀가를 서둘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격 시행되면서 바뀐 도심 번화가의 풍경이다.

30일 오후 찾은 전주 서부신시가지. 아직 오후 9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가게들은 벌써부터 문을 닫느라 분주했다. 전광판 불빛이 이곳저곳에서 반짝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이전에 비할 바는 못 됐다. 며칠 전 주말까지만 해도 거리를 누비던 행인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한창 손님이 몰리던 때에는 가게를 넘어 바깥까지 펼쳐졌던 테이블들이나 왁자지껄한 취객들의 모습들도 간데없었다.

몇몇 가게에 앉아 한창 식사나 술자리를 갖던 사람들은 9시가 차츰 가까워지자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골목이 조금 소란스러워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방역에 협조하려는 듯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약 30분이 지나자 신시가지 곳곳에는 인기척 없이 적막만이 짙게 깔렸다.

오후 9시가 넘어서면서 신시가지 술집이며 식당 대부분은 가게 뒷정리를 하거나 포장·배달을 준비하는 가게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문을 닫았다. 이따금 보이는 행인들도 가게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듯 귀가를 재촉할 뿐이었다.

업소에 있는 남아 있는 이들은 직원이거나 포장을 기다리는 고객 정도였다.

이날 2단계 격상을 점검하던 전주시 관계자는 “집합금지명령서를 붙인 유흥주점 등 위주로 영업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일반음식점 등에서도 취식하는 일이 없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첫날이기도 하니만큼 대부분은 방역지침에 잘 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찾은 중화산동 식당가 역시 일찍부터 문을 닫아거는 가게들이 눈에 띄는 등 신시가지 내와 엇비슷한 모습이었다.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지침에 업주들은 대체로 동참하고 있지만, 손님이 끊기고 영업상 어려움 등이 예상되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만난 식당 관계자들은 대부분 ‘9시가 넘어가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이때부터 영업을 못하니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만난 한 가게 주인은 텅 빈 가게를 보고 “직원들과 지금까지 버텨오긴 했지만, 오늘 손님도 몇 없었던 데다 지금 시간부터는 받지도 못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걱정”이라며 “지금으로서는 거리두기가 더 연장되는 일 없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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