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헌혈 위축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일일 ‘적정’ 수준을 만족시킨 것도 잠시, 단체 헌혈이 잇따라 취소되며 다시 ‘관심’ 단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헌혈에 앞장서며 ‘명예장’에 선정된 일가족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송태규(58·익산시)씨 가족이다.

송태규 씨 가정은 건강상 문제로 헌혈이 불가한 아내를 제외하면 슬하 남매까지 전원이 헌혈 유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적어도 100회 이상 헌혈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송 씨는 현재까지 295회 가량 헌혈에 참여하면서 300회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고, 장남 송호선(30) 씨도 130회, 차녀 송하늘(26) 씨도 110회 헌혈을 위해 팔소매를 걷었다.

송 씨가 처음 헌혈에 처음 동참하게 된 계기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그는 헌혈 버스가 학교를 방문했는데, 수업 한 번 빠지는 재미로 헌혈에 참여하려다 몸무게 미달(47kg)로 참여를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교편을 잡고 난 다음인 2001년 학교를 찾아 온 헌혈버스에서 처음으로 헌혈을 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그의 사랑나눔은 계속됐다. 1년에 두 차례, 학교에 헌혈버스가 올 때 정도만 찾던 발걸음은 ‘헌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혈액보유량이 부족하다’는 말에 헌혈의 집으로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 씨는 “처음에는 전혈에만 참여하다가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혈장을 전부 수입에 의존한다는 말에 혈장 위주로 헌혈하고 있다”며 “30분가량이면 되는 전혈 헌혈에 비해 오가는 시간과 지혈 시간을 더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성분 헌혈은 쉽지 않지만, 참여 가능 일자를 꼬박꼬박 체크하면서 2주에 한 번 꼴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버지의 ‘헌혈 행진’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도 이어졌다.

송 씨는 “아내의 경우 오히려 자신이 헌혈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옛날 분이시다 보니 ‘왜 애들까지 그런 것을 하게 하냐’며 한 소리 하시기도 한다”며 “하지만 헌혈은 건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로, 모두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참여하는 중이다. 오히려 모두 헌혈에 관심이 있으니만큼 공감대도 형성돼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송 씨는 원광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학생들의 경우 나이가 어려 참여하지 못하지만, 과거 원광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할 무렵 학생들에게 헌혈 참여를 독려해 학생들을 헌혈 참여의 길로 이끈 것도 송 씨 마음의 자산 중 하나다.

그는 “학생들의 헌혈 참여로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교사에게 ‘칠판에 판서해 가르치는 것만이 수업은 아니’라고 강조한 적도 있었다”며 “학생들이 모은 헌혈증서를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전달하거나, 또 혈액원으로부터 이 학교 학생들이 전북지역에서 가장 헌혈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송 씨는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헌혈은 건강을 나눠주는 일로,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라며 “1초의 찡그림이 지나간 다음이면 내 가족, 내 이웃이 필요로 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혈에 동참해 줄 것”을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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