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을 재해석해보고 싶었다. 나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예전 젊었을 적 날카롭게 바라봤던 것들이 이제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지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저들의 고난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을 모두 담아 따뜻한 그림을 그려보자고 마음먹게 된다.”<이경섭 ‘작가 노트’일부>

이경섭 열아홉 번째 개인전 ‘모래 먹는 나한(羅漢)’ 이 2일부터 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그는 작가는 외길인생, 40년 넘게 꾸준히 작업해 온‘성찰과 인간애’를 가로지르는‘인간과 자연’이라는 또 다른 주제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나한’은 불교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스님을 가리킨다. 그런데 속언에 ‘나한에도 모래 먹는 나한이 있다’고 한다. 그가 바로 ‘모래 먹는 나한’이다.

화가는 그냥 화가일 뿐 신분의 높고 낮음은 없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어떤 고달픔이나 육체적인 혹사도 감내한다. 숱한 실험적 작품은 작가를 마치 거친 막노동처럼 험하고 고단하게 만든다. 결국, 모래 먹는 나한은 예술가의 삶과 같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품 ‘바람 부는 날’, ‘시간여행’, ‘그해 여름’, ‘그때 그 시절’ 등 인간에 대한 성찰과 자연에 대한 시선, 관조의 흔적이 작가만의 강한 붓 터치로 화면에 되살아난다. 또한 ‘그리운 날’, ‘순령수’, ‘독백’ 등의 연작은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사회적 소통의 관계 속에서 끝없이 연결되는 생각들이 일상의 편린이 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노암리’ 연작은 이경섭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 마을의 풍경을 작가만의 색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시간여행’, ‘푸른 밤’, ‘폐가’, ‘다산옥’ 등은 우리 삶의 모습으로 지나간 흔적을 유추해보고 삶터의 자국을 통해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바람 부는 날’, ‘가을의 전설’, ‘그해 여름’ 등은 알 수 없는 각기 다른 추억과 사연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화면 위로 하나씩 수집해 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는 “40년간 화단의 세월을 건너면서 그동안의 작업과 함께 삶을 되짚으며 주변의 어려운 처지의 동료 화가 그리고 우리 이웃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했다”고 한다.

전주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1983년부터 현재까지 350여 회의 국내외 기획 초대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9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남원시 노암동에 ‘이경섭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12-이경섭 독백 I, 70x30cm, Oil on Canvas, 2020
12-이경섭 독백 II,I 65x135cm, Oil on Canvas, 2020
12-이경섭 붉은 집, 60.6x72.8cm,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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