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만 정직하게 승부한다는 화가 김용석이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쪼개는 듯, 채를 써는 듯한 필법으로 수풀의 속살을 밀도감 있게 드러낸다. 기법을 넘어 세상을 향해 큰 숨을 쉴 줄 안다.

세상살이에서 피할 수 없었던 굴곡진 시간을 승화해서 자연풍광 속에 녹여낸 작품들이다. 그가 세상의 무수한 배신을 견뎌낼 수 있었던 안식처가 출퇴근 길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평범한 풍광, 그곳에 숨어 있는 풍부하고 심원한 미스터리를 포착했고, 지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김용석의 그림은 서양회화의 문법에 충실하지만, 쨍하게 내리쬐는 빛의 시각적 현란함을 절제하면서 최소한의 빛을 걸치고 있을 뿐이다. 여명이 막 지난 빛, 일몰 직전에 그림자 없이 대상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밝음’만이 있다.

이는 강한 빛 속에 본질이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시각적 효과에 기대지 않고 대상에 내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김용석의 회화는 봄·여름·가을·겨울 풍광 속에서 생몰 하는 초목(草木)을 통해 변화를 응축하고 있다. 물의 흐름을 관통해서 표현한 풍광이기에 젊음의 푸른 물이 다 빠져나간 겨울 풍경에도 아련하고 미묘한 운무(雲霧)를 더해서 생기가 넘친다.

그래서 홀로 서 있는 겨울나무도 외롭지 않다. 눈을 이고 있는 수풀도 의연하고 당당하며 생명감이 충만하다. 오히려 그 속에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그의 회화에서는 나무에, 풀잎에, 잔잔한 바람이 감돈다. 도시적 삶의 헛되고 거센 욕망의 바람이 다 지나간 뒤에 맞이하는 고요와 평화의 바람이다.

문리 평론가는 “김용석의 회화는 명예에, 권위에, 소유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잠들어 있는 우리를 조심스럽게 깨우는 오도송(悟道頌)이다”고 말했다.

김용석은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했다. 서울·전주에서 4회 개인전, 건지전·녹색종이·색깔로 만난 사람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12-1 수풀은 바람을 거르지 않는다, 70.0×135.0cm, Oil on canvas, 2020
12-2 수풀은 바람을 거르지 않는다, 75.0×145.5cm, Oil on canvas, 2020
12-3 수풀은 바람을 거르지 않는다, 89.4×145.5cm, Oil on canvas, 2020
12-4 수풀은 바람을 거르지 않는다, 112.1×162.2cm,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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