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겨울 강에서

오피니언l승인2020.12.22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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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교무·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공동대표

만경강 찬바람을 맞으며 춘포 구담교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게 무엇에 홀린 듯 지내 온 한해를 위로 받고 싶었다. 올 해 초에 시작된 이 난리가 한 해 끝을 향해 맹렬하게 지속되면서 소중한 계절과 절기를 모두 잊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계절이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의 장소가 사라지고 시간이 멈추었다. 누가 금하라고 강제 한 기억은 없는데 우린 그저 정겹게 가까이 만나고, 모이고, 말하고, 행하던 모든 것을 놓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낯선이?의 협박에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축제나 여행은 물론이고 활기 넘치고 북적이던 도청 앞 젊은이들의 중앙로나 대학로 객사인근 한옥마을의 풍경은 들뜨고 설레었던 우리의 송년이 사라졌고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연말이면 항상 TV에 빠짐없이 나오는 '불우 이웃돕기'가 있다. 나는 단체와 개인이 일정액의 기부금을 보내고 노출 하는 화면에 익숙해져 있었고 나도 의무감처럼 실적에 보태거나 그런 행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왔다. 하지만 올 해 연말에는 그동안 익숙하던 연말 행사 모습은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대면하는 자리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방역 수칙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행사를 보게 될 것이다. 화려한 겉치장보다는 내용과 취지를 살려 목표를 이루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연일 질병관리본부 재난방송으로 “요란한 송년모임을 줄이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 주시라 권장하고 있고, 낯선이?의 변종까지 합세할 심산이라 하고 고통을 쫓아버릴 백신은 신속하지 않은 모양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 가운데에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마음과 요즘 갑작스런 재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이웃을 생각하게 만드는 진정한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에 “이웃집 가난한 사람에게 약간의 보시를 하고 그 혜택을 보며 복을 짓고 받는 이치를 깨달은 제자 이공주에게 ‘복이 죄로 화하는 이치’의 가르침을 통해, 내가 무언가를 줬다는 고정된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은혜를 베풀어 복의 씨앗을 심은 사람이 도리어 그 은혜로부터 자신이 죄의 씨앗을 뿌리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어렵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감사와 보은의 생각을 놓지 않고 베풀었다는 생각을 놓는다면 진정한 복락이 따른다. 세상의 이치를 바꿔가는 모습으로,,은생어해(恩生於害)로 혹은 해생어은(害生於恩)으로 이와 같이 무량세계를 전개하였다”..하여 우리의 마음이 곧 죄복을 만드는 조물주라 하였다. 
  법정스님은 “우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보시란 본래 너와 내가 하나이기에 본래의 내 것을 나누는 것이지 사실은 내가 베푼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며 무소유를 실천하였다.   진정 이 난리가 해로움이면 여기에서도 은혜로움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올 한해 의도하진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실습비를 지불하고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 송년을 보내며 우리가 경험하는 이 깨우침이 지구의 미래와 후손들의 자산인 환경을 아껴 쓰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보이지 않는 낯선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우리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지켜갈 때 우리에게 해로움은 더 멀어지고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송년은 아름다운 시 한편으로 해피엔딩이 되길 기도(心告)한다.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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