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 올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흔한 게 금주, 금연, 다이어트 등이다. 뇌 과학에 따르면 우리 뇌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려 하기 때문에 변화를 싫어한다. 본인에게 절실한 문제이지만 정작 실천을 통해 습관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 3일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을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작심삼일에서 작심이라는 말은 《맹자》의 등문공(騰文公) 하편(下篇)의 호변장(好辯章)에서 언급된 구절이다. 작심의 의미는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또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작심삼일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흘간의 고심 끝에 비로소 결정할 정도의 신중함’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마음먹은 게 사흘을 못 가서 흐지부지되는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인 의미의 작심삼일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에서 유래되었다. 고려 시대에는 국가 정책이 일관성 없이 수시로 변경돼서 국가 정책이 3일을 넘기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보니 현재 우리가 말하는 작심삼일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작심삼일의 사례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2년 미국심리학회에서는 미국인의 의지력과 관련하여 미국인의 93%가 새해 들어 체중을 줄이거나 저축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약 50% 정도는 의지력이 부족해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뇌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작심삼일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뇌 과학자들은 뇌의 특성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뇌는 미완성의 상태를 곧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완성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법을 바꾸어 보라고 한다. ‘할 수 있다!’고 다짐하는 대신 ‘하고 싶니? 한번 해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우리의 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대화를 할 때 훨씬 더 강한 동기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실천하다 중도에 ‘어차피 망했다’라며 포기하는 것은 목표 달성과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다이어트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자를 먹게 한 후 쿠키를 줬는데 ‘다이어트는 이미 물 건너갔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평소 먹는 양보다 더 먹는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작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습관달력을 만들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고 달성정도를 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침팬지도 유혹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라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보는 것이다. 침팬지에게 사탕더미를 보여주고 오래 기다릴수록 사탕이 더 쌓인다는 사실을 가르친 후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침팬지는 더 많은 사탕을 먹기 위해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사탕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심리학자인 스탠포드대학교 행동설계연구소장인 BJ 포그 박사는 《습관의 디테일》이라는 저서에서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작은 습관을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습관 설계의 법칙을 배우기 전에 ‘내 탓하기’부터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지 못해 변화에 실패한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습관 만들기의 실패 원인은 사람들의 성격상 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상 결함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각자 나름의 ‘동기’에서 시작되지만,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인 ‘습관’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동기나 의지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습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우리는 무언가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너무 거창하고 비장하다. 이러면 습관을 가지기가 어렵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에 오랜 시간 하는 거창한 습관 말고 매일 꾸준히 3초 내지 1분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길들이는 것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덕스러운 동기나 의지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작동 원리는 같다. 작고 단순해야 뇌가 기억한다. 다이어트와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해야만 성공 가능한 어려운 일이나 의자나 침대 위에 옷을 쌓아두는 일은 습관이라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작고 단순하며 지금 당장 또는 어떤 특정 시점에서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러니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닌 습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은 우리 습관의 결과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한 번에, 한 순간에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매일 매일의 행동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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