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 공동대표

올해 신축년은 소의 해이다. 어린시절 할아버지는 고향 전답 일부를 팔아 학자금을 준비를 위해 장손인 나에게 송아지를 장만해 주셨다. 하지만 송아지가 자라다가 병이 들어 죽게 되어 소를 기르던 숙부가 송아지 위에서 서럽게 우시던 기억이 아프게 남아있다.

예로부터 우리의 농경중심의 사회에서는 소가 가지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소를 몇 마리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부의 기준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는 늘 부지런함의 상징이었고 사람들은 소가 가지는 성실함과 우직함을 배우고자 했다. ‘소걸음으로 천천히 가면 만리도 간다(牛步萬里)’는 사자성어가 어울리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의 어려움을 거울삼아 지속가능 지구를 위해 큰 결단이 필요하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 교수는 “기후위기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제어불능, 파국으로 들어간다”며 “위기에 대처할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불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대기 질은 OECD 36개국 중 35~36위,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이니 거의 모든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우리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기어이 물질세계의 한계를 넘어버렸다. 지구자체보다 인간이 만든 세상이 더 커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과거의 어려움들은 결핍 때문이었다. 가뭄이 들면 저수지를 만들면 되었고 홍수가 나면 둑을 쌓으면 되었다. 감염병도 과학적방어로 위생을 만들어 왔다. 식량의 위기도 과학적 생산증대면 가능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 현상은 과잉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지구재앙의 모든 것이 되고 있다. 2000년대 5개나 창궐한 전염병인 코로나, 돼지플루, 메르스, 사스, 에볼라 역시 기후위기와 관계가 있다. 지금 현재 인간이 생산하고 있는 이 식량중에서 30%가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 우리의 생활은 의식주의 풍족을 넘어 과소비로 지구는 온통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그린 뉴딜 정책은 발표했지만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중에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나라는 없다. 유럽 대부분은 지금 가동하고 있는 것도 10년 이내에 완전히 닫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10년 안에 석탄발전소 7개를 짓고 동남아에도 수주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면서 단 한 번도 가치 있는 일에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린 뉴딜도 눈치 보면서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유럽과 미국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라는 두 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는데, 한국의 그린 뉴딜은 경제성장 틀 안에서 구색 맞추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그린 뉴딜도 이제 겨우 국가 의제 안에 들어왔으니 사대강을 이용한 녹색성장처럼 오히려 자연만 파괴하다가 끝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선언만 하고 실적이 없으면 그야말로 기후악당 국가가 된다.

지난 한 10여 년 동안 우리 정도와 비슷한 다른 나라들이 가장 많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 줄여왔다. 그들은 이제 기후위기를 위해 노력하고 탄소세로 경제 장막을 칠 기세다. 세계 주요 기업들도 아마존 애플 등은 제품을 거래할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물건만을 받겠다고 한다. 경제 규모에 맞지 않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는 세계 경제에서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기왕 선언을 했으니 초반에 국정의제로 탄소배출을 과감히 줄이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경제 중심을 잃게 될 것이다. 국민운동으로 가정에서 친환경적인 식생활로 개선하고 재활용을 위해 PET병의 비닐(PE)를 분리하는 등 쓰레기를 줄이는 정성을 다한다 하여도 석탄발전소 하나 짓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현실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인격을 완성 시키는 불가의 수행 방법으로 ‘三學修行’을 생각해 본다. 수양심으로 마음의 안과 밖을 자세히 바라봄(硏究)을 통해 멋진결과(取捨)를 만들어 내자는 실천이다. 사냥감을 사냥하는 호랑이의 지켜보는 눈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연구에 비유했다. 우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원년이 되길 염원하며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사자성어를 실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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