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시 시스템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아동보호 책무를 지닌 입양기관과 경찰,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이 모두 개입했으나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경찰은 세 번이나 신고가 접수됐으나 번번이 내사종결 했고 한달 반가량을 수사한 끝에 결론은 불기소 의견이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학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분리 등 응급조치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입양기관은 양부모가 몸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으나 아동 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하도록 안내하는 데 그쳤다.
아동학대 사건은 관련기관의 정보 공유와 협업이 중요한데 현장에서 협업은커녕 단편적이고 책임회피식 판단만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를 시행했다.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했고 각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했다.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은 가족, 학교 관계자 등을 만나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원가정 분리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로 아동학대 근절이 기대된다는 입장이지만 자치단체 현장의 목소리는 ‘딴판’이다. 전담공무원들은 주말은 물론 밤낮 구분 없이 24시간 신고 접수에다 현장조사, 아동의 분리 조치, 사후관리까지 해야 한다. 1~2명으로 연간 수백 건의 아동학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전담공무원의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등은 아동학대의 신속한 조치와 세밀한 조사를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도는 14개 시·군에 전담공무원 45명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전담공무원 수는 14명에 불과하다. 완주군 3명, 익산시 4명, 남원시 2명, 김제시 2명, 정읍시와 무주군, 장수군은 각각 1명이 배치된 상황이다.
아동수가 가장 많은 전주시와 군산시, 진안군, 임실군, 순창군, 고창군, 부안군은 올해까지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의 전담공무원도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인력과 장비, 전문성 확보 없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의 성공적 안착은 어렵다. 그 사이 제2, 제3의 정인이 사건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생색내기용 법안보단 전문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으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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