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오피니언l승인2021.01.20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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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다. 집에서 출근해서 저녁에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있는 삶이 즐겁다. 남들이 다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뭐 그리 즐겁냐 하겠지만, 주말부부 생활을 오래 했던 나로서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아내와 공원 산책을 마치고 식탁에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아내는 블랙커피를 나는 믹스커피를 마셨다.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는데 이런저런 수다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지난달 같으면 일요일 오후에는 아내가 바빴다. 남편이 전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와이셔츠와 바지를 다림질을 했다. 이른 저녁을 챙겨주고 전주행 통근버스를 타도록 배웅도 해야 했다. 이제 아내는 그런 불편함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내가 집에서 출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 30년 중 주말부부가 반 정도였다. 특히 최근 15년 중 14년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대학을 다니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주말부부로 지냈으니, 아버지의 역할은 많이 부족했다. 주말에 아빠 돈하면 엄마 몰래 내미는 고사리손에 약간의 용돈을 집어 주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 전부였다. 어쩌다 아이가 사고라도 치는 날이면 전화기가 불이 나곤 했지만, 결국 모든 뒷처리는 아내 몫이었다. 이처럼 나는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평범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행히 나는 올해부터는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전주 본부에서 근무할 때와는 달리 야근도 별로 없어 정시 퇴근을 하는 날이 많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여유시간에는 독서도 하고 글도 쓴다. 글 쓰는 시간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가끔 아내가 건네주는 따뜻한 차도 마시고 있다. 중국의 어느 작가는 자기 침대에서 자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배우자의 다정한 말을 듣고 자녀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는데, 요즘 나는 그런 행복을 누리고 있다.

솔직히 불편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 아내 잔소리가 부쩍 늘었고 잠자리가 불편하다. 티격태격하는 다툼도 늘었다. 주말부부를 할 때 양보를 많이 해 주던 아내였는데, 요즘 많이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게다가 설거지와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당연한 듯 시키고 있다. 갑갑함도 많다. 십여 년 동안 혼자 생활하다가 잠자리에 아내가 곁에 있으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런 잔소리나 불편함이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뺏어 갈 수는 없다. 아내의 잔소리는 교향곡으로 들리고 설거지와 쓰레기 버리는 것조차도 즐기고 있다.

아내의 잔소리가 그리운 적이 있다. 두 달 전, 아내가 심하게 다쳤다. 계단에서 넘어져 팔이 연쇄 골절되어 쇠핀을 넣는 큰 수술을 받았다. 입원한 동안에는 잔소리가 없었는데 잔소리가 그리웠다. 아내를 병원에 두고 직장생활을 위해 일요일 집을 떠나면서 힘들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많이 미안도 했다. 그러나 요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은 그런 미안함을 줄어들 것 같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밋밋한 삶도 있고 반짝거리는 삶도 있다. 모두들 반짝이는 삶을 동경하지만, 반짝이고 화려한 것은 잠시일 뿐이다. 아름다운 꽃은 오래가지 않지만 밋밋한 꽃나무의 줄기와 잎사귀는 오래간다. 꽃을 만드는 것은 아주 평범한 줄기와 잎사귀이다. 화려한 꽃이 아름답지만, 줄기나 잎사귀의 밋밋한 아름다움도 있다.

우리는 지나간 뒤 소중함을 깨닫는다. 건강, 가정의 평화, 평범한 일상을 당연하게 여겨 소중함을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눈의 다쳐본 사람이 눈의 소중함을 알 듯, 주말부부를 오래 했던 나는 지금 누리는 일상의 평온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내와 며칠 동안 냉전 중이다. 대화는 하지만 서먹한 관계이다. 필요한 말만 한다. 오늘은 퇴근길에 평범한 일상을 주는 아내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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