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전주갑 국회의원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1513년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과 2200년 전 쓰인 ‘한비자’는 각각 동서양을 대표하는 전략서로서 현재까지도 대중을 이끄는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고전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중요한 일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무슨 짓을 했든 칭송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비자’는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통치 도구로 법(法)·술(術)·세(勢)를 강조했다.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술’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세’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력으로 결코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두 책은 모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군주제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교훈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정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싸움에 직면해 있는 리더들에게는 적용이 가능한 통치 원칙과 전략을 공학적·기술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같은 리더십이 매우 불편하다. 리더에게 비정함을 요구하며 사랑받는 대상이 되는 길과 두려운 대상이 되는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두려운 대상이 되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며 국민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권력을 바꾸거나 또는 잘못된 권력을 힘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1987년과 2016년에 권력의 무릎을 꿇리는 경험을 했다.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깨어있는 시민’이었다. 그렇게 수백만이 광화문으로 모였고,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밝혔다. 세계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하나로 뭉쳐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찬사와 놀라움을 동시에 보냈다. 이러한 시대의 리더십은 ‘군주론’과 ‘한비자’가 권하는 사악할 만큼의 비정함은 분명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유쾌하고 용감하며 탁월한 식견을 가진 지도자, 스물셋 어린 보좌진이었던 이광재에게 “자신을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던 사람, 지도자와 시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국민에게 함께 가자"라고 말했던 정치인이 바로 노무현이었다.
우리 시대 정치인의 리더십은 바로‘함께 가는 정치인’이어야 한다. 국민의 앞에 서서 비정함을 보이는 통치자가 아니라 이웃처럼, 가족처럼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정치인, 언제 만나도 편안한 손짓과 말투로 대하면서도 불의에 맞서 성난 국민을 대신해 당당히 싸우는 함께 가는 정치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냄새가 그리운 계절 ‘국민과 함께 가는’리더십에 대해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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