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도청직원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장님 방으로 급하게 가라고 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부속실 직원이 사정이 생겨 출근을 안했다는 것이다. 국장님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있으라는 지시였다. A씨는 여직원이라고 해서 차 심부름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어리다는 이유로 왜 이런 일까지 맡아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직 정서상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협조해야 하는 건 맞지만, 어디까지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 “요즘은 말 한마디를 해도 막내 직원들 눈치를 보고, 함께 밥 먹자는 말도 자제하고 있다.”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 온 직원 B씨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직 내 분위기가 유연하게 바뀌고, 젊은 직원들의 의견 피력도 강해지면서 이야기를 길게 할수록 ‘꼰대’, ‘갑질’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입을 다물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흐름에 맞춰야 하는 건 맞지만,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업무 스타일 때문에 속앓이 중이라고 말했다.

전북 공직사회 문화갈등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공직사회에서 조직문화에 따른 갈등 사례는 흔해졌지만, 학력 갈등을 비롯해 젠더 갈등, 개인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와 집단을 중시하는 간부공무원 사이에서의 문화적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갈등이 있다.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고졸 합격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도는 9급 공채보다는 고졸 경력 채용에 고졸자들의 응시가 많다고 설명한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받다 보니 9급 공채시험에 고학력자들의 도전이 많아진 것이다.

직원 C씨는 “지방에서 학교를 나온 선임이 고학력자인 후임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후임 입장에서도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 좋은 대학 나왔는데…’ 하는 묘한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공무원간에 9급 공채와 7급 공채, 행정고시 출신 간 문화갈등도 나타난다. 또 젠더 갈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보인사 때, 예산과나 기획조정실과 같은 주요 부서에서는 남자 직원을 선호해 일선 직원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직원 D씨는 “일반화할 수 없지만, 여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위직으로 승진하려면 ‘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여성 직원들의 승진폭이 적다”고 했다. 

2021년 1월 기준 도청 여성 공무원은 총 1872명 중 680명이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430명 중 100명으로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조직문화 진단 및 컨설팅 전문가는 “조직 내 문화갈등이 깊어지면,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조직원간에 소통할 수 있는 시책을 만들고, 구성원간 소통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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